트럼프 처음부터 “피격” 주장했지만…靑 “美도 발언 근거는 설명 안해”
[나무호 ‘외부 타격’ 인정에도…논란 증폭]
피격에 극히 신중했던 정부…정보 대응력 논란
美·이란 줄타기 외교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공격 주체와 의도 등 의문 여전히 풀리지 않아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나무호 사고의 원인을 ‘외부 타격’으로 결론 내렸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미국 측이 “이란의 공격”을 기정사실화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피격 가능성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뒤늦게 외부 타격이 확인되면서 정부의 정보력과 초기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11일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나무호 사고 원인에 대해 “미상 비행체 2기의 타격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의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건 초기 정부가 피격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되레 커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고 직후 ‘이란의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달 6일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과 관련해 “피격이 그렇게 확실치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① 정부는 왜 피격 판단을 보류했나
“美와 정보 공유 문제” 의혹 제기
美·이란 사이서 ‘줄타기’ 해석도
결국 우리 정부가 미국보다 며칠 늦게 피격 사실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CTV 영상이나 선체 파공 흔적 등을 통해 외부 타격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판단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보력과 초기 대응 능력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일 브리핑 당시에는 파공이 확인되지 않아 판단을 유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정보 공유 과정에 이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한미 간 일부 정보 공유를 둘러싼 민감한 기류가 감지된 가운데 이러한 분위기가 나무호 대응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실제로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정보가 있는데 ‘반드시 피격이 아닐 수도 있겠다, 아닐지도 모르겠다’라는 상황들이 여러 개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선박이 피격을 당했다고 말했지만 우리가 미국과 여러 통상적인 소통 계기로 알아봐도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를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사고 초기 언론 보도를 보고 이란의 공격으로 단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이어온 정부가 피격 여부에 대해 최대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피격 사실을 조기에 인정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기여 압박이 거세지고 이란과의 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피격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진 뒤에도 정부가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특정하지 않고 주한이란대사에게 항의 대신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차원으로 대응한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제반 상황을 고려해 사태 초기부터 피격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략적으로 판단을 유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② 무엇이, 어떻게, 선박을 타격했나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력 용의자
방식·경위·의도는 ‘미스터리’로
공격 방식과 공격 주체, 구체적인 경위 등을 둘러싼 의문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무호는 이달 4일 피격 당시 미상의 저고도 비행체로부터 두 차례 연속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비행체가 드론인지, 저고도 소형 미사일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비행체가 전기 설비가 밀집한 기관실을 정밀하게 노렸다는 점, 사고 전후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해협 일대를 항행 통제 구역으로 선포한 점 등을 고려하면 IRGC가 공격 주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이번 공격이 한국 선박을 겨냥한 정밀 공격이었는지, 교전 상황에서 이뤄진 무차별적 공격이었는지 등 공격 의도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정부는 잔해 일부를 국내로 들여와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IRGC가 한국을 특정해 공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란군의 지휘 계통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만큼 미국과의 교전 상황에서 무차별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당시 한국 선박뿐 아니라 프랑스 선박은 물론 이란의 우방인 중국 유조선도 피격 대상이 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③ 이란 책임 드러나면 대응은 어떻게 하나
“책임소재 밝혀졌을땐 보상 요구
군사 대응은 신중해야” 주장도
공격 주체가 이란으로 명확히 밝혀지더라도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책임 소재가 확인될 경우 이란 측의 설명을 요구하고 금전적 보상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곧바로 군사적 대응이나 파병 논의로 이어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향후 조사가 완료되면 이란의 설명을 들어보고 필요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한국을 적대시한 공격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군함을 파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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