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강, 지산지소에 달렸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력2026-05-11 18:10
지면 30면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지시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시대다. 정부가 AI 3강 도약을 국가적 목표로 세운 현재,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라는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고도화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용하기 위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AI 검색 한 번에 소모되는 전력이 일반 웹 검색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통계는 AI 패권 경쟁이 곧 전력 확보 경쟁임을 보여 준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일찌감치 과감한 투자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가동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조건으로 장기 독점 계약을 맺었고 아마존은 원전 인근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사들였다. 구글 역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카이로스파워에 투자하고 2030년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해도 전기가 부족하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한 AI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주요 국가 중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2022년부터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가 발달한 동부 연안에서 생산된 방대한 데이터를 부동산과 전기료가 저렴하고 기후가 서늘해 냉각 효율이 높은 서부 지역으로 보내 연산하고 저장하는 전략이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국가 전역의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를 재배치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AI와 클라우드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는 7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반면 전력을 생산하는 대규모 발전소는 동해안의 원전과 석탄, 호남권의 재생에너지 등 비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 건설은 천문학적 비용과 극심한 주민 갈등으로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전기는 남아도는데 송전망이 막혀 발전기 가동을 멈춰야 하는 계통 포화 상태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수 없다면 ‘지산지소 원칙’에 따라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전력 생산지로 옮겨야 한다. 다행히 2024년 시행된 분산에너지법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했다. 특히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이 발전 사업자와 직거래(PPA)를 할 수 있는 특화 지역 지정은 데이터센터 이전을 이끌 핵심 장치다. 이를 지렛대 삼아 전력망 구축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국형 동수서산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냉각수로 쓸 수 있는 수자원이 있고 기온이 낮은 강원권이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품은 호남권은 AI 데이터센터 입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은 단순히 전력망 문제 해결을 넘어 지역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국가 균형 발전의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인프라를 분산해야 한다.
AI 경쟁력은 단일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에 대한 세제 혜택과 특례 요금제 등 유인책을 제공하고 지역 내 AI 인프라 운영을 위한 인재 양성 지원 입법에 힘써야 한다. 동수서산의 지혜와 지산지소의 원칙이 함께할 때 대한민국은 ‘AI 전환(AX) 시대의 강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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