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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골프 인권’과 미국 ‘골프 독립’을 알린 코스

메이저 PGA 챔피언십 무대 아로니밍크 이야기

아로니밍크 첫 프로 존 시펀, 흑인 골프 개척

미국인 첫 US 오픈 우승자는 아로니밍크 캐디

아로밍크는 미국 북동부 레나페 인디언 추장 이름

입력2026-05-12 10:33

아로니밍크 골프클럽 17번 홀을 배경으로 놓인 PGA 챔피언십 우승컵인 워너 메이커 트로피. Getty Images
아로니밍크 골프클럽 17번 홀을 배경으로 놓인 PGA 챔피언십 우승컵인 워너 메이커 트로피. Getty Images

올해 미국은 독립 250주년을 맞았다. 미국의 건국과 독립의 도시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1년 동안 각종 축하 행사가 개최된다. 남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도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필라델피아의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에서 오는 14일(현지 시간)부터 나흘간 열린다.

1896년 설립돼 130주년을 맞은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은 알고 보면 흑인의 ‘골프 인권’과 미국 ‘골프 독립’에 앞장선 곳이다.

먼저 흑인의 골프 인권에 관한 얘기. 1879년에 태어난 존 시펀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흑인 노예였다가 나중에 목사가 된다. 시펀이 9세였을 때 그의 아버지는 미국 최초의 초창기 골프클럽 중 하나인 시네콕힐스(올해 US 오픈 개최지) 근처의 시네콕 인디언 보호구역에 목사로 부임했다.

시네콕힐스에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프로 골퍼 윌리 던 주니어가 와 있었는데, 그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사람을 모집해 코스 관리 인력으로 고용했다. 그 중 일부는 캐디로도 훈련시켰다. 시펀은 그곳에서 캐디로 일하며 윌리 던 주니어로부터 골프를 배웠다.

윌리 던 주니어는 1896년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이 설립되자 자신의 뛰어난 제자를 그곳의 프로 골퍼로 추천했다. 시펀은 덕분에 아로니밍크의 첫 번째 프로 골퍼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 17세였다. 그해 시펀은 제2회 US 오픈에 출전하기로 했다. 이 일은 골프계에 최초로 인종 차별 문제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 시펀의 친구이자 시네콕 인디언인 오스카 번도 참가하기로 했다.

몇몇 선수들은 흑인과 인디언인 이들이 대회에 나오면 기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당시 시어도어 헤브메이어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은 “시펀과 번만 출전하더라도 대회를 치르겠다”며 버텼다. 결국 선수들이 물러섰고, 시펀은 첫 US 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시펀의 US 오픈 첫 출전 후 100년이 지난 1996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그 유명한 “헬로, 월드”를 외치며 PGA 투어에 데뷔했다.

두 번째는 미국 ‘골프 독립’에 관한 스토리.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 US 오픈은 1895년 창설됐다. US 오픈은 1910년까지 16차례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에서 온 영국 골퍼들의 ‘놀이터’였다. 미국 골퍼들은 영국 골퍼들이 그들의 내셔널 타이틀을 손쉽게 가져가는 걸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모든 면에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었지만 골프는 아직 영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세였다.

마침내 1911년 존 맥더못이 미국 태생 골퍼 최초로 US 오픈 타이틀을 획득했다. 불과 19세 10개월 14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맥더못의 US 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은 115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맥더못은 이듬해에는 타이틀 방어에도 성공했다. 이어 1913년에는 아마추어 골퍼였던 프란시스 위멧이 영국의 해리 바든과 테드 레이를 물리치고 US 오픈 정상에 올랐다. 3년 연속 미국 선수가 US 오픈을 제패하면서 골프는 미국 전역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미국인 최초의 US 오픈 우승자였던 맥더못은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의 캐디 출신이다. 그에게 골프를 가르친 사람이 흑인 골퍼 시펀의 뒤를 이어 아로니밍크의 프로 골퍼가 된 월터 레이놀즈였다.

아로니밍크라는 이름은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뉴욕 등 미국 북동부 지역에 살던 레나페 인디언 부족의 추장 이름에서 따왔다. 그 추장이 살던 농가가 한때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로 이용된 인연이 있다.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에는 이처럼 다양성의 DNA가 흐른다.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에선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 열린 적이 있다. 당시 김세영이 우승했다.

올해 PGA 챔피언십에선 2009년 양용은 이후 두 번째로 한국 선수 메이저 우승을 기대해 본다. 올해 상승세인 김시우와 직전 트루이스트 챔피언십에서 공동 5위에 올랐던 임성재가 출전하고, 양용은은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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