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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천마상…주인공은 민길홍 학예연구관

제15회 국립중앙박물관회 학술상

최고상 ‘천마상’ 12년만에 수상자 나와

민길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채용신 초상화 속 항일 충절 규명

입력2026-05-12 16:24

수정2026-05-12 16:57

지면 29면
민길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2일 열린 제15회 국립중앙박물관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천마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회
민길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2일 열린 제15회 국립중앙박물관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천마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회

“석지 채용신(1850~1941)은 단일 화가로서 가장 많은 초상화를 남긴 화가예요. 조선시대 초상화 대부분이 공로를 세운 신하의 ‘공신초상’인데 공신제도가 18세기까지 진행됐기에 초상화 연구도 19세기 초까지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다보니 20세기에, 한양이 아닌 지방에서 활동한 채용신에 대한 연구가 전통미술과 근현대미술 사이에 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민길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5회 국립중앙박물관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천마상’을 수상했다. 천마상 수상자가 나온 건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만큼 최고상이 요구하는 탁월성의 기준이 높다는 뜻이다.

수상작은 지난해 학술지 ‘미술사와 시각문화’에 민 학예연구관이 발표한 논문 ‘밖으로 나온 초상-1916년 이덕응 초상에서 금관조복과 산수의 의미’다. 화가 채용신이 1916년 그린 이덕응(1866∼1949) 초상화는 총 3점인데 민 학예연구관은 실제 관직을 지내지 않은 이덕응이 최고 관복인 금관조복(金冠朝服)을 입고 야외 산수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이례적인 작품의 도상을 추적했다. 민 학예연구관은 이 초상화가 단순한 신분 과시가 아니라,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이덕응이 고종을 향해 매일 아침 절했던 망배(望拜) 의식의 숭고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임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초상화 속 산수화와 관복이 전통적 초상화를 넘어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 상황 속 신념과 충절의 의미였음을 입증했다.

민 연구관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주력 분야는 원래 초상화인데, 2020년 국립전주박물관에 근무할 당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 채용신의 활동 지역이 전라북도라는 점에 착안해 지역 콘텐츠 개발 목적의 하나로 1년간 채용신 초상화에 대한 조사 연구 사업을 진행했다”면서 “50여 점을 조사해 결과물로 학술 총서 도록을 발간했고, 지금까지 여러 권의 도록과 함께 7편의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민 연구관의 논문에서는 미술사와 함께 복식사와 사회사를 자유자재 넘나드는 학제간 융합 연구가 돋보인다. 그는 “양식과 화풍 위주의 미술사 연구에서 최근에는 시대상을 좀 더 풍성하게 연구할 수 있는 사회·문화사적 연구가 더해지는 게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학술상 금관상은 양석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오세연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부장,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미래전략담당관 등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은관상은 유경희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서유리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신은희 유금와당박물관 학예실장 등 5명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암행어사, 백성의 곁에 서다’ 전시를 선보인 국립진주박물관, ‘일본기와’ 전시를 공개한 유금와당박물관은 각각 특별상을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회는 전국의 국·공·사립 및 대학 박물관 학예직원을 대상으로 전년도에 발표한 연구 논문과 전시 도록을 평가해 학술상을 시상한다.

석지 채용신이 1916년에 그린 이덕응 초상화 중 ‘금관조복’ 차림의 입상은 독특하게도 산수화를 배경으로 가진다. /사진출처 국가유산청
석지 채용신이 1916년에 그린 이덕응 초상화 중 ‘금관조복’ 차림의 입상은 독특하게도 산수화를 배경으로 가진다. /사진출처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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