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철사와 구슬로 꿴 순백의 詩…그림자마저 작품 되다

■금기숙 작품전

빛·공기속에 두둥실 떠 공간예술

“한복의 미학은 흔들리는 율동미”

서울서 113만 관객 단일전시 최다

9월27일까지 진주실크박물관 전시

28일 본지 서울포럼서 K패션 강연

입력2026-05-12 17:42

수정2026-05-13 12:20

지면 27면
진주실크박물관에서 9월27일까지 열리는 금기숙 작품전 ‘비움을 엮다’ 전시 전경.  사진제공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에서 9월27일까지 열리는 금기숙 작품전 ‘비움을 엮다’ 전시 전경. 사진제공 진주실크박물관

“내 작업은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움을 엮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진주실크는 빛을 머금는 결이 뛰어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표현이 가능한 만큼 이번 진주실크박물관에서의 전시는 색다른 경험이 될 거라 믿습니다.”

올해 초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에 113만 명 이상이 다녀가 국내 박물관·미술관 역사상 ‘단일 전시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운 금기숙 작품전이 진주실크박물관으로 옮겨간다. ‘비움을 엮다’는 제목을 내걸고 9월27일까지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실이 아닌 철사(와이어)로 옷을 짓는다. 섬유로 꽉 채운 옷이 아니라 철사 구조로 만든 비움의 구성이 특징이다. 금기숙의 비움은 ‘없음’이 아니라 ‘채움’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한복을 짓고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가져다 작품의 장식 요소로 활용했다. 반짝이는 구슬은 물론, 쓰레기가 될 폐플라스틱까지도 작품에 넣어 일찍이 친환경 업사이클링을 실천했다. 철사 구조에 노방실크와 누에고치 등을 결합한 작품은 실크의 물성을 새로운 조형언어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은 빛과 공기 속에 둥실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공간 미학을 이룬다. ‘비움’의 철학이 다소 어려운 미학적 개념이지만, 화려한 조형미가 관객들에게 “설명없이도 감탄하는” 감각적 체험을 유도해 호응을 얻었다.

진주실크박물관에서 9월27일까지 열리는 금기숙 작품전 ‘비움을 엮다’ 전시 전경. 사진제공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에서 9월27일까지 열리는 금기숙 작품전 ‘비움을 엮다’ 전시 전경. 사진제공 진주실크박물관

전시가 높은 인기를 얻은 이유에 대해 금 작가는 “관객들의 ‘환상적이다’ ‘꿈만 같다’는 반응에서 판타지를 실현해 주는 예술의 역할이 작동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몸 없는 옷이 허공에 떠 있고, 현실적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형태에서 몰입감이 생기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작품 속) 시간을 들여 손으로 하나하나 엮고 만든 ‘정성’이 어쩌면 우리 시대에 예술적 감흥 못지않은 감동이 되기도 한다”면서 “비어 있는 작품(옷) 안에 관객들은 자신을 넣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잠시 현실을 잊고 몰두하는 것이 예술의 순기능인 ‘정화’ 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박물관 동선을 따라 세 가지 흐름으로 구성됐다. 1층 체험실과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물고기와 물방울 형상의 조형물이 외부에서 들어온 자연광과 어우러진다. 유려하고 부드러운 진주실크가 드리웠던 원형 계단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의상으로 등장했던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2층 복도와 기획전시실에서는 검은 반사면 위에 드레스들이 설치됐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 때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 ‘백매’가 보여줬던 화려한 아름다움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칠흑 같은 공간에서 그림자마저 작품이 되어 ‘비움’의 예술적 깊이를 경험할 수 있다.

진주실크박물관에서 9월27일까지 열리는 금기숙 작품전 ‘비움을 엮다’  전경. 사진제공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에서 9월27일까지 열리는 금기숙 작품전 ‘비움을 엮다’ 전경. 사진제공 진주실크박물관

진주실크박물관은 100년 전통을 지닌 진주실크의 가치를 알리고 지역의 산업·문화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개관한 진주시립 박물관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패션아트’가 실크를 매개로 발전했다는 점, 단순히 입는 옷의 개념을 넘어 전통 직물이 동시대 예술로 확장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됐다.

서울공예박물관이 기획한 기증특별전이 지역 전시로 확장됐다는 성과와 함께 수도권 중심의 전시관람 문화가 지역에서의 향유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까지 담은 전시다.

이화여대에서 의류직물학을 전공하고 복식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금 작가는 신윤복의 풍속도화첩 등 전통 서화를 통해 한복의 미감을 연구했다. 그가 찾아낸 한복미의 핵심은 ‘흔들림과 떨림’이다. 금 작가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복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서양 의복의 장식은 붙이고 고정시키는 것이지만 우리 복식과 장식은 바람에 흔들리고 움직임에 떨리는 율동미를 가지는 것이 ‘멋’의 핵심”이라며 “호흡하는 미동에도 흔들리는 미감이 곧 생명력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이 곧 K컬처의 ‘신바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인기는 벌써부터 뜨겁다. 지난 5일 개막식 때 마련된 ‘작가와의 만남’이 높은 호응을 얻어 박물관 측은 13일에 추가행사를 기획했다. 작가는 오는 28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리는 ‘2026 서울포럼’ 특별행사인 ‘픽셀앤페인트’에도 연사로 참여해 ‘K패션’에 해당하는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 강연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