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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탄과 톈안먼 의전

입력2026-05-12 18:13

지면 31면
김현수

김현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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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8일 중국은 베이징 심장부 자금성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황제의 궁궐이 중국 외교의 무대로 이용된 것이다. 이달 14일부터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황제가 하늘에 제를 올리던 톈탄(天壇)이 의전 무대로 활용된다. 명나라 영락제 때인 1420년 완공된 톈탄은 명·청 황제들이 풍년과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던 곳이다. 톈탄은 1911년 신해혁명을 거쳐 중화민국이 수립되고 나서 1918년에 공원으로 조성됐고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문화혁명의 광풍에도 큰 훼손은 피했다.

톈탄은 기년전·원구단·황궁우 세 부분으로 나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함께 오를 기년전의 제단인 기곡단은 음력 정월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장소다. 중화권 매체들에서는 두 정상이 ‘메아리 벽’으로 불리는 회음벽에서 대화를 나누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쿵후 시범도 관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제가 하늘과 소통하던 공간이 미중 정상의 소통 무대로 바뀌는 셈이다.

중국 정상외교의 의전은 늘 자국 중심적이었다. 지난해 전승절 열병식 때 톈안먼 망루 중앙에 선 시 주석은 양옆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웠다. 반미·반서방 진영의 중심축이 중국임을 과시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의전은 결이 다르다. 중국 황제들이 하늘과 소통하던 톈탄을 무대로 택한 데서 미국과 중국이 국제질서의 두 축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펜타닐 관세 문제와 희토류 통제, 무역 휴전 연장, 인공지능(AI) 등 경제 문제와 대만·이란 등 안보 현안까지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세계의 시선이 베이징으로 쏠린 이유다. 미중 모두 ‘충돌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실익을 챙기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경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균형과 억제라는 새로운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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