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물지 않는 마음의 흉터…제복공무원 정신과 진료 5년새 83%↑
[사회로 돌아온 마음병 청구서 <3> 쓰러지는 제복공무원]
지난해 5000명 가까이 병원行
우울증 진료비 16억 역대 최고
화재 등 반복 목격 트라우마에
정신 손상 퇴직 공무원 증가세
입력2026-05-12 19:01
수정2026-05-31 17:26
지면 8면
“대형 화재 현장이나 불에 탄 시신, 압사 피해자처럼 일반인이라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장면을 반복해 목격하다 보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 잊었다고 생각해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사고를 반복적으로 마주하며 우울증이나 PTSD를 호소해 병원을 찾은 제복 공무원이 지난해 5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진료비 역시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제복 공무원에 대한 사전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 등 4개 직종의 우울증·PTSD 병원 진료 인원은 2020년 2678명에서 지난해 4903명으로 5년 만에 8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 건수도 1만 5807건에서 2만 8561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직종별로는 경찰이 20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소방 1225명, 교정 532명, 해양경찰 221명 순이었다. 모든 직종에서 지난해 진료 인원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PTSD에 가장 취약한 직종은 소방이었다. 지난해 소방공무원 166명이 트라우마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1인당 진료 횟수는 평균 6~7회에 달했다.
진료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료기관이 보험공단에 청구한 진료비 명세서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거쳐 본인 부담금을 제외하고 지급된 급여비는 지난해 17억 8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7억 원과 비교하면 155%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급 급여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질환은 우울증으로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16억 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제복 공무원이 업무 특성상 정신건강 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김시국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개인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모든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으로 평가받는 직무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난 전화나 업무와 무관한 민원 전화를 매일 받아야 하는 119 상담사들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신적 손상을 입은 제복 공무원의 증가는 인력 이탈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경찰 조직에서 명예퇴직자를 제외한 퇴직자는 3000명에 달했다. 해양경찰에서도 2024년 107명, 지난해 9월까지 57명이 조직을 떠났다. 특히 2030세대 젊은 제복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과 소송, 현장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이탈하는 사례가 늘면서 조직의 평균 연령 상승이라는 또 다른 위기로 번지고 있다.
입직 전부터 제복 공무원의 역할과 직무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직무 적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후 지원도 중요하지만 선발 제도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며 “객관식 시험을 잘 보면 직무 적성과 관계없이 합격하는 구조를 넘어 사전에 직무 교육을 통해 업무 강도와 특성을 경험한 뒤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직 후 심리 치료를 받더라도 향후 경력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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