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입력2026-05-13 00:13
수정2026-05-13 00:13
지면 31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물결을 타고 제2의 골드러시를 맞고 있다. 덕분에 한국의 메모리반도체가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AI 열풍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언젠가 버블이 터질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의 성공에 취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한시가 바쁜 이 시점에 노조의 파업 예고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중소 자영업 종사자들은 엄두를 낼 수도 없는 성과급 잔치를 위해 조업을 중단하겠다는 실력 행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사회적 분란의 씨앗이 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대만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한국의 경쟁력을 고립시키려 하고 중국은 모든 국가 역량을 걸고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 1분 1초가 아쉬운 절박한 시점에 삼성전자 노조 스스로 성장의 엔진을 꺼버릴 수 있는 파업이 벌어진다면 해외 경쟁사들은 대한민국 반도체를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을 것이다.
정체되고 안주하는 기업과 산업은 추월당한다. 대한민국의 산업은 이미 중국에 모든 분야에서 따라잡힌 상태다. 자동차와 조선·배터리 등이 잘나가는 듯하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이미 중국을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 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이 반도체이다. 반도체도 제조업 AI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면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중국의 CXMT와 YMTC 등 메모리반도체 후발주자들은 인력을 갈아넣고 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에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삼성을 제치고 반도체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보조금을 쏟아붓고 무역장벽까지 세우며 추격하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 ASML의 첨단 노광장비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하고 국내 인력까지 빼가고 있다. 중국은 밤낮없이 우수 인재들이 칼을 갈고 있는데 우리는 현재의 일회성 성공에 취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 잔치를 벌이려 하고 있다. 국가 간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한 시기에 단행되는 파업은 국익을 저해하고 경쟁국에만 반사이익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성공과 이익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45조 원 규모의 보상은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쏟아부어야 할 R&D 및 시설 투자 재원을 잠식한다.
지금의 호황은 과거 세대의 헌신과 과감한 투자가 만든 결실이다. 현재 세대가 그 결실을 일회성 성과급으로 모두 소진해 버린다면 후배들의 일자리와 터전은 어디에 남아 있겠는가. 이는 세대 간 정의에 어긋나며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번 파업 예고에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동운동은 결국 고립된 섬으로 남게 된다. 평균 연봉 1억 5000만 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들이 수억 원대 성과급을 위해 국가기간산업을 멈추려 하는 것은 사회적 수용성을 넘어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단이기주의를 앞세운 위력 행사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과 상생의 리더십이다.
정부는 경영진과 근로자 간 간극을 중재해 하루빨리 삼성전자가 정상화의 길을 달리게 해야 한다. 작금의 파업 위기를 방치하면 초격차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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