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 “美, 실패한 이란 전쟁…전투사 창설·전작권 환수 등 자주국방 강화해야”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예비역 준장)
美, 군사 공격 재개해도 종전 협상 난항
전쟁능력 한계 노출로 이란 굴복 힘들어
中·러, 반사이익 노리고 이란 물밑 지원
한미동맹 바탕 주한미군 변화 가능성 대비
전투지휘사 창설·전작권 환수 시뮬레이션
복합 전쟁 수행 능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
입력2026-05-14 07:30
수정2026-05-17 00:54
지면 29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추가 폭격을 위협하고 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고 봅니다. 우리는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주목해 (가칭) 전투지휘사령부 창설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 등 자주국방의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4일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러시아와 이란 간 공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미국이 이번 전쟁을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걸프 국가들에 대한 안전보장도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글로벌 단극 패권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육사 40기로 러시아 푸룬제군사아카데미를 수료하고 고려대 문학 박사(역사학 전공)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미연합사령부 지구사 작전처장과 육군 군사연구소장(준장) 등을 역임했다. 현역 시절 대(對) 러 군사정책과 남북 군비통제 및 연합작전 기획 분야에서 전략통으로 꼽혔다.
우선 그는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번 이란 전쟁을 각각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과 본격적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란의 엄청난 석유·가스 등을 노리고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영향력 감소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은 종전 협상에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제재 해제를 먼저 한 뒤 핵 문제를 논하자는 입장이나, 미국은 이란의 20년 간 핵 동결과 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을 내걸고 있어 입장 차가 너무 크다”며 “이란이 UAE·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 철수 주장을 제기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민생 파탄에도 불구하고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어 오는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란은 현재 중국과는 석유 수출과 육로 교역, 위성 데이터 지원, 러시아와는 카스피해를 통한 식량 및 미사일·드론 부품 수입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패권 약화 시도와 서아시아의 일대일로 거점 유지, 러시아는 유가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반사이익을 각각 노려 전쟁 장기화를 바란다. 그는 “설령 미국이 ‘해방 프로젝트’라는 군사공격을 재개하더라도 이란을 굴복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칫하면 이란의 걸프 국가에 대한 공격 강도만 높여 현지 왕정 체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미국이 일정 부분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이를 잘 포장하는 방식으로 종전 수순을 밟으려 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전쟁 장기화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초래될 경우, 트럼프가 한국·독일 등 동맹국들에 그 피해를 전가하며 위기를 돌파하려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염려다. 그는 “미국은 자신의 문제를 주변국에 넘기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음모론 같지만 미국은 세계 공황이 오더라도 막대한 금융자본으로 동맹국의 우량기업들을 헐값으로 ‘양털깎기’ 하듯이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에서 유사시 미군의 군사 작전도 일정 부분 한계를 노출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자주국방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주한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따라 운용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미군의 전시 작전 수행 능력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현대전에 맞게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작권 환수 등 지휘 체계의 전면적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육·해·공은 물론 사이버·우주전을 결합한 복합 전쟁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준비해 왔는데,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회수와 전작권 환수를 전제로 독자적 전투지휘사령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 국면에서 남북 경협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추후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정부가 어렵더라도 북측에 교류 의사를 적극 타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남북관계를 푸는 게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문화·스포츠 교류와 인도적 지원부터 시작해 개성·파주 산업공단, 철원 농공단지, 설악·금강·마식령 국제관광단지 같은 그랜드 플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그는 “최근 HMM의 나무호 피격 사건의 경우 공격 주체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같은 날 중국과 프랑스의 상선도 외부 공격을 받았지만 그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전쟁에 군사적으로 휩쓸리지 않고 종전 후 재건 시장을 염두에 두더라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