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줄었다지만 신고 5년來 최대…“예방청 시급”
[작년 112 자살접수 12만건 넘어]
입시부터 은퇴까지 경쟁 압박 탓
경기 침체·생계 부담 등도 원인
40대서도 자살이 사망 원인 1위
전문가 ‘예방수석’ 신설 목소리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세워야
입력2026-05-13 17:47
경찰에 접수된 자살 관련 112 신고가 지난해 12만 건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개월간 월별 자살 사망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포착되는 위험신호인 자살 신고는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예방청’ 등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세워 자살 예방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관련 112 신고 건수는 12만 816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만 747건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12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다. 자살 관련 112 신고는 2021년 10만 7511건에서 2022년 11만 2465건으로 늘었고 2023년 처음 12만 건을 돌파했다. 2024년 11만 9939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살 사망자 수는 최근 들어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1만 명을 크게 웃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 377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근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한 2024년의 1만 4872명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도 2024년 29.1명으로 30명에 육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 또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23.2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위인 리투아니아의 18.0명과 비교해도 28.9%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 배경으로 전 생애에 걸친 경쟁 압박과 누적된 스트레스를 꼽는다. 입시, 취업, 승진, 노후 준비 등 삶의 전 단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신적 부담을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2024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심리부검 대상 자살 사망자 전원이 사망 전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2015년 5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0년간 유족 면담을 통해 자살 사망자의 생애 사건과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생계 부담 역시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6년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주요 경제활동 세대인 40대 자살 사망자는 2817명이다.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대에서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했다. 50대 자살 사망자는 3151명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높은 자살률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구조의 취약점으로 자리 잡은 만큼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청와대 자살예방수석’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자살 예방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처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이달 6일 국내 자살률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며 자살 예방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정책 논의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률을 2034년까지 17.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소방청·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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