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요구한 트럼프…대등해진 中에 통할까
9년만에 베이징 무역담판
習, 희토류 카드 쥐고 기술자립 속도
트럼프는 지지율 하락세 위상 약화
힘의 균형 이뤄…中선 “우위” 분석도
루비오·젠슨황 합류, 멜라니아는 불참
입력2026-05-13 17:58
수정2026-05-13 23:41
지면 10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2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에 개방을 요구하겠다며 무역 위주의 협상 방침을 밝혔다. 9년 전 방중때와 달라진 시 주석의 위상을 고려해 민감한 논의는 배제하려는 심산이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는 이란 전쟁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대만, 희토류 등 양국의 패권 경쟁과 직결된 현안들이 대거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1기 당시 베이징 회담에서 ‘황제 대접’ 후 관세 철퇴를 맞은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느 때보다 강한 협상력을 과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부터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두 정상은 14일 오전 10시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양국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톈탄(天壇)공원 참관과 국빈 만찬 등에 참석할 예정이며 시 주석과 36시간 동안 최소 6개의 공식 일정을 함께한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관세 및 무역 △이란 전쟁 △반도체·AI 등 첨단기술 수출통제 △대만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 등을 꼽고 있다. 다만 양측이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는 다소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문제 등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대만 문제와 첨단기술 수출통제 완화 등을 핵심 현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과) 논의할 것이 많다”며 “무엇보다 무역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는 “솔직히 말하면 이란이 주요 논의 대상 가운데 하나라고는 하지 않겠다”며 중국 측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란 문제에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전날 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통화하는 등 중재 역할과 함께 이번 회담을 앞두고 이란과도 소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중 대표단의 면면 역시 회담의 성격이 실무형임을 가늠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탑승했다. 외교·안보·통상 수장 등이 함께해 단순 무역 협상을 넘어 이란 전쟁과 대만, 첨단기술 공급망 등 전반을 다루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막판에 합류하면서 시장 개방과 대중 사업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멜라니아 여사는 9년 전과 달리 불참해 깊이 있는 친선 행보는 멀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을 개방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면서 “그래야 뛰어난 이들이 자신들의 마법을 발휘해 중국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한 뒤 “몇 시간 뒤 우리가 만나게 될 텐데 그때 내가 가장 먼저 요청할 사항이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인을 대거 동행한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는 이번 회담이 2017년과는 전혀 다른 구도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관세 공세를 맞으며 수세에 몰렸지만 지금은 기술 자립 수준을 끌어올리고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이라는 새로운 협상 카드를 확보한 만큼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지율 하락 압박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3연임 체제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1972년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 회담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우위에 선 정상회담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양국 간 경제 협력 복원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날 로이터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직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최근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양국 에너지 관계 해빙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대중 관세의 명분이 된 마약 조직을 해체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한국에서 진행된 양국 고위급 협상에 대해 중국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중국중앙(CC)TV는 13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중국 허리펑 부총리 간 회담과 관련해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통 인식을 지침으로 삼고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협력 상생의 원칙을 견지했다”며 “경제·무역 문제의 해결 및 실무 협력 확대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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