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책이 안보인다
김남명 경제부 기자
입력2026-05-13 18:09
지면 30면“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전월세 시장 공급 기반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1가구 1주택 정책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진 것인데 정부에서는 전월세 대책을 한 차례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다.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나오게 하고 무주택자가 이를 매입해 실거주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이어왔다.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잇따른 부동산 정책이 전월세 시장의 공급 절벽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전월세 시장은 상당 부분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는 그 집에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며 직장과 학교, 생활권을 유지한다. 그런데 집주인이 집을 팔고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러 들어오면 기존 세입자는 결국 다른 집을 찾아 나가야 한다. 전월세 매물 공급은 없는데 수요는 몰리면서 올해 1~4월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가격 상승세가 장기 평균(7%)을 웃돌고 있다. 전세 시장 불안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다시 집값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의 관심은 대부분 매매 시장에만 집중돼왔다. 정작 전월세 공급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에서 다주택자는 거의 예외 없이 규제 대상이었다. 하지만 모든 다주택자가 단기 차익만 노리는 투기 세력인 것은 아니다. 장기간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 전월세 공급 역할을 해온 임대인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한 임대 공급자와 투기 목적 보유자를 같은 잣대로만 규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며 장기 임대를 유지한 경우에는 세제 인센티브를 주고 반대로 투기성 보유에는 강하게 과세하는 식의 정교한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더 아쉬운 대목은 공공임대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메시지는 요란하게 반복되지만 정작 서민들이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투기를 잡는 정책만으로는 주거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시장에는 여전히 누군가 공급해야 할 전월셋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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