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의 ‘재키 vs 마릴린’ 필립스 뉴욕경매서 맞붙어
1200억원 규모의 필립스 뉴욕경매
고가 미술시장 회복세…전년比 2배
앤디 워홀 대표작 나란히 경매 올라
글로벌 경매사 필립스가 오는 19일(현지 시각)부터 미국 뉴욕 43 파크애비뉴에서 근현대미술 경매를 진행한다. 추정가 총액은 8700만 달러(약 12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5월 경매의 두 배 수준이다. 3년 가까운 침체 끝에 회복 국면에 접어든 글로벌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메이저 경매가 집중된 이달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본햄스 등 4대 경매사가 내놓은 출품작 전체 규모는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초고가 블루칩 작품들로만 구성되는 19일 ‘이브닝 세일’에서 관심을 끄는 작품은 앤디 워홀의 두 여인 재클린 케네디와 마릴린 먼로의 맞대결이다. 워홀의 1964년작 ‘식스틴 재키(Sixteen Jackies)’가 추정가 1500만~2000만 달러(약 218억~291억 원)에 경매에 오른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당시 보도사진 한 장을 흑백 실크스크린으로 16번 반복해 한 화면에 배치한 작품이다. 워홀 방식의 이미지 반복은 대상이 가지는 고유한 서사를 제거하고, 초상화를 마치 대량생산되는 소비재처럼 하나의 ‘상품’이나 ‘기호’로 바꿔놓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다른 출품작인 워홀의 1979~86년 작 ‘포 컬러드 마릴린(4 Colored Marilyns)’은 추정가 400만~600만 달러(약 58억~87억 원)에 출품됐다. 검은 바탕 위에 푸른색과 초록색을 입힌 마릴린 4점을 한 화면에 배치했다. 그간 단 한 번도 경매에 나온 적 없는 작품이 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인 올해 처음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출품이다.
클로드 모네의 1879년 작 ‘베퇴유의 길, 눈의 효과(La route de Vétheuil, effet de neige)’도 이날 새 주인을 찾는다. 모네가 같은 제목으로 그린 겨울 도로 연작 3점 중 첫 작품으로, 추정가는 700만~1000만 달러(약 102억~146억원)다. 워싱턴 필립스 컬렉션,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등 주요 전시에 출품된 이력을 가진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2세대를 대표하는 조앤 미첼의 1989년 작 ‘플레인(Plain)’(이하 추정가 500만~700만 달러)도 이번 경매의 주요작 중 하나다. 마이애미 예술계의 거물이자 자선사업가였던 티나 힐스(Tina Hills) 재단 소장품으로, 헬렌 프랑켄탈러·아돌프 고틀립의 작품들과 함께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으로 시장에 공개된다. 이 밖에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비젠(Besen)’(650만~850만 달러), 폴 시냐크의 ‘디아블레르(Les Diablerets)’(200만~300만 달러), 마르크 샤갈의 ‘생폴드방스의 연인들’(150만~200만 달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계 미국 화가 살만 투르의 ‘두 친구’(18만~25만 달러) 등이 이브닝 세일에 출품된다.
이어 21일에 열리는 ‘데이 세일’에는 19세기 후반부터 동시대미술까지 260여 점이 경매에 오른다.
‘모닝 세션’에서는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어반 버번(Urban Bourbon)’ 연작에 속하는 1993년 작 ‘클라임’(50만~70만 달러)과 ‘보레알리스(Borealis)’ 연작의 1990년 작 ‘사우스 헌트’(30만~50만 달러)다. 라우센버그 탄생 100주년을 맞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잇따라 열린 기념전의 흐름을 타고 출품됐다.
‘애프터눈 세션’의 최고가 출품작은 리처드 프린스의 2017년 작 ‘하이 타임스(High Times)’(60만~80만 달러)이다. 이 경매에는 이우환·하종현·서도호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오른다.
이우환의 1986년 작 ‘바람과 함께(With Winds)’가 추정가 25만~35만 달러(약 3억6000만~5억원)에 나왔다. 이우환은 최근 개막한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뉴욕 디아비컨재단이 기획한 특별전을 통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신작을 내놓는 거장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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