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의자 급증에…커지는 위장수사 도입 목소리
올 들어 4개월 만에 기소 피의자 4580명
2020년만해도 27명…지난해 1만3967명
수사 현장서 “수사한계 극복 위한 방안필요”
국회도 法 제·개정하는 등 본격 논의 착수
입력2026-05-15 08:00
수정2026-05-15 09:01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른바 ‘송민호파’ 조직원들로, 충남경찰청은 지난달 28일 5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57명을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검사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를 사칭해 피해자 368명으로부터 516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총책과 부총책, 3선(금융감독원), 2선(검사), 2.5선(은행연합회), 1선(법원 사무관)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직책에 따라 위계를 정해 조직을 운영했다.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 사기 범죄로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피의자들이 올 들어 단 4개월 만에 4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피의자가 4580명에 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688명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보이스피싱,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범죄 피의자는 지난 2024년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20년과 2021년만 해도 보이스피싱, 리딩방 등 범죄로 기소된 피의자는 각각 27명, 6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132명, 149명에 이어 2023년에는 5414명을 기록하면서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만3967명이 기소되면서 처음으로 1만명선까지 돌파했다. 올해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의자가 단 4개월 만에 5000명 가까이에 육박하고 있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직·기업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 사기가 급속도로 늘자 수사 현장에서는 위장 수사와 리니언시(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도 수사 한계 보완을 위한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결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다. 이는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 사기 범죄를 저지른 자가 동일 사건에 관한 타인의 범죄를 규명하는 증언이나 그 밖의 자료 제출 행위를 하면 형을 깎아주는 리니언시제도 도입 등 내용이 담겼다. 또 여야 의권 59인은 지난 8일 지능화·조직화되는 사기 범죄를 근절하고자, 신분비공개·위장 수사 등 수사 특례 도입과 사법협상 제도를 통해 수사 체계의 실효성을 극대화한다는 내용의 조직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 경찰 간부는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 수법이 시간이 흐를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범행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위장 수사나 수사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니언시 제도 등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 관계자도 “전기통신금융 사기의 경우 경찰이 피해자인 척 접근해 상대의 정보를 알아내는 게 중요한데, ‘내가 경찰이다’고 밝히고 수사할 수는 없다”며 “고소·고발장을 접수한다고 해도 경찰이 증거를 직접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위장 수사 등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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