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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랠리에 연금 자산도 빨아들여…은행 넘보는 공룡 증권사들

■10대 증권사 1분기 순익 4.3조

시중자금 증시로 머니무브 가속화

브로커리지 수수료 늘며 성장 견인

5대은행과 순익차 1000억으로 좁혀

1만피 전망에 2분기 호실적 유력

입력2026-05-14 18:34

수정2026-05-14 23:31

지면 2면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10대 증권사의 실적이 1년 새 2배 넘게 뛴 배경에는 유례없는 국내 증시 활황이 자리잡고 있다. 거침없는 코스피 상승세에 시중 대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이 예금 수요를 빨아들이고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자산관리(WM) 부문이 급성장해 자본시장의 주역으로 빠르게 올라서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2조 271억 원)보다 114% 증가한 4조 3323억 원, 영업이익은 127% 늘어난 5조 54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4조 3359억 원에서 올해 4조 4420억 원으로 소폭 증가한 5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분기 1조 클럽’ 진입에 성공한 미래에셋증권으로 각각 1조 3750억 원, 1조 19억 원의 영업이익·순이익을 거둬들이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 원을 돌파하며 최근 3년간 업계 1위를 지켜온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익과 당기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 75% 증가한 9599억 원, 78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대급’ 실적 배경은 국내 주식 투자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29조 646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10조 8837억 원)보다 18조 7630억 원이나 증가했다. 증시 활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4분기(16조 5582억 원)와 비교해 봐도 13조 885억 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도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4594억 원으로 전년 동기(1987억 원) 대비 131% 급증하며 분기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2.4% 증가한 2486억 원에 달했다. 키움투자증권의 1분기 주식 수수료 수익은 31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8% 불어났다.

WM 부문 수수료 증가도 호실적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WM부문 수수료 수익은 124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463억 원) 보다 168% 급증했고, 삼성증권은 4339억 원으로 전년 동기(1761억 원) 대비 146% 뛰었다.

증권사들의 실적 약진으로 그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내에서도 증권사들의 위상이 달라진 게 대표적이다. 은행에 밀려 계열사 내 ‘만년 2위’에 그쳤지만 가파른 실적 상승세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의 올 1분기 당기순익은 4757억 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며 NH농협은행(5577억 원·0.6%)과 어깨를 나란히 맞출 수준까지 올라섰다. KB증권도 1분기 93%의 증가율로 350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KB금융그룹 내에서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를 핵심 계열사로 선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의 시장 분위기면 2분기 호실적도 유력하다. 최근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코스피 전망치를 1만~1만 2000선으로 제시한 만큼 국내 증시 상승 여력이 남아 있어서다. 이는 곧 주식 투자 수요가 더 몰릴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올 들어 증권주 주가도 급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들어 주가가 210%(2만 3350원 →7만 2300원) 뛰며 압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와 거래대금 강세로 증권업종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재차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외국인 통합계좌 개시 이후 실제 자금 유입 여부, 퇴직연금 등 장기성 자금 흐름 유입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외에 수익 창구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시중은행들이 ‘이자 장사’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이자이익 부문을 강화하는 것처럼 증권사별로 자산관리(WM) 부문 등 차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부문을 강화하면서 관련 수익이 늘어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24년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작된 후 증권사들이 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 이벤트를 하는 방식으로 은행 등 타업권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연금 부문이 대표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대 증권사 중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가지고 있는 8개 증권사(키움·메리츠 제외)의 올 1분기 적립금 총액은 119조 43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실시됐던 2024년 4분기 말 88조 4876억 원 대비 약 35% 증가한 규모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부문은 증시 거래 대금에 따라서 연동되는 경향이 짙다 보니 자본을 많이 늘리고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쪽을 다방면으로 찾는 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접투자나 기업대출 관련 영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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