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부르는 관상동맥질환…맥박만 재도 미리 알 수 있다는데
이병권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
코로나이저 의료장비 고위험군 선별 가능성 입증
입력2026-05-15 07:00
국내 연구팀이 사지동맥과 경동맥 맥박 파동을 측정해 심장으로 향하는 혈관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의료장비를 개발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병권 심장내과 교수와 이상석 상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맥박 파동을 측정해 혈관질환 여부를 알아보는 의료장비 ‘코로나이저(KH-3000)’를 개발하고 그 유용성을 확인해 심장학 분야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인 ‘아메리칸 하트 저널 플러스(American Heart Journal Plus: Cardiology Research and Practice)’에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돌연사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진단하려면 운동부하 검사, 약물 부하검사,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는 핵의학 관류주사 영상 같은 기능적 검사나 심장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선 신장(콩팥) 기능이 저하되거나 조영제 부작용, 하지 근육 또는 관절의 문제 등으로 인해 이러한 검사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먼저 협심증이 의심되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맥박 파동을 이용한 코로나이저 검사를 시행한 뒤, 실제 혈관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관상동맥 조영술 결과와 비교했다. 이어 병원에서 코로나이저 또는 CT 기반 관상동맥 조영술을 받았던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시행했다.
의료장비의 진단 성능은 혈관의 ‘저항’과 ‘순응도’ 2가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저항은 혈관 속에 낀 노폐물이 혈액의 흐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뜻하고, 순응도는 혈관이 얼마나 탄력 있게 늘어나 혈압을 유연하게 받아내는지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저항이 1.2보다 높거나 순응도가 0.8보다 낮으면 심장 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이저 검사를 먼저 시행한 연구에서는 실제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환자를 찾아내는 민감도가 81%였고, 81%의 특이도를 보였다. 건강한 사람을 아픈 사람으로 오진 판정할 확률이 낮다는 의미다. 코로나이저 장비가 비교적 정확하게 관상동맥의 문제를 선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추가 검증을 위한 후속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저항과 순응도 2가지 요소 중 한 가지만이라도 위험 수치에 들어가면 심장질환을 의심하는 ‘OR 규칙’을 적용했을 땐 민감도가 높고 특이도가 낮았지만,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위험 수치에 해당하는 ‘AND 규칙’을 적용했을 땐 반대로 민감도가 낮고 특이도가 높았다. 검사 장비의 측정 적중률을 그래프로 나타낸 다음 곡선하면적(AUC) 값을 측정한 결과 0.69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코로나이저 장비가 관상동맥질환 위험군을 선별하는 보조적 검사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체력이 약하고 신체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 정밀 진단이 어려웠던 환자들도 비침습적 장비로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병권 교수는 “코로나이저 기기를 활용해 동네 병·의원에서 심장질환 위험도를 미리 확인하면 정밀 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빠르게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어 반복적인 검사가 가능하고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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