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대만’ 언급 피했고 中은 ‘이란’ 쏙 뺐다...‘쉬운 것’만 합의한 미중
◆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186>
시진핑, 대만 관련 트럼프 면전서 경고했지만
백악관 보도자료에 ‘대만’ 언급 없어
美 “호르무즈 개방· 이란 핵무기 불허 합의”
반면 中은 ‘중동 정세 의견 교환’ 언급만
오늘 경제 분야 구체적 성과물 주목
입력2026-05-15 06:00
수정2026-05-15 07:16
미국과 중국의 역사적인 베이징 정상회담 첫째날 일정이 돌발변수 없이 마무리됐다. 경제 분야를 비롯해 전면적 충돌을 피하자는 데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성과물이지만, 대만과 이란 문제에서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며 극적인 ‘그랜드 바겐’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9년 만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일단 ‘쉬운 것’만 합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건설적·전략적 안정관계’를 양국 관계의 새로운 틀로 삼는 데 동의했다”며 “이는 3년 이상 양국 관계에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양측이 가드레일을 세웠다는 의미다.
경제 분야와 관련,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CNBC 인터뷰에서 무역위원회 설립을 논의 중이며 비핵심 분야에 속하는 약 30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이 민감해하지 않는 분야는 우선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투자위원회 설립도 논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시장 개방 의사를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상호주의적 조치를 언급, 서로가 투자, 시장개방 등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안보 부문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당장 백악관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양국 정상은 호르무즈 해협이 에너지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해 개방된 채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적었다. 또 시 주석이 “중국은 해협의 무기화와 통행료를 징수하려는 어떤 노력에도 반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측이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 가질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측은 발표문에서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히고 이란, 호르무즈해협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에서 ‘의견 교환’이란 표현은 통상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을 때 사용돼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과 관련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이 모습을 보였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심지어 전면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하지만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대만’이라는 단어 자체가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들의 ‘대만 관련 논의를 했나’라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후 NBC방송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란 문제에서 미국에 일정 수준의 도움을 주고, 미국은 대만 관련 입장을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그랜드 바겐’을 타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그런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즉, 양국의 전반적인 관계와 경제 분야에서 일정 수준 성과를 봤지만 껄끄러운 이란, 대만 문제에서는 뚜렷하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이란 설득에 있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미국과 이란전은 장기전으로 갈 확률이 높다.
미중 정상은 한국 시간으로 15일 오후 12시 30분부터 차담, 업무 오찬 등을 할 예정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한다. 회담 후에는 양측의 경제 분야와 관련한 구체적인 성과물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규모 미국산 대두, 소고기, 보잉 항공기 구매 등을 원하고 있다. 무역위원회, 투자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공식 발표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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