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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타깃된 日, 주주권 행사 문턱 높인다

밸류업 부작용에 회사법 개정 추진

임시총회 소집 의결권 3%→5%로

주주제안 요건서 ‘300株 룰’ 폐지

경영 안정·주주환원서 균형점 모색

日 투자·韓 정책에도 영향 미칠듯

입력2026-05-15 17:36

수정2026-05-15 23:46

지면 10면
4월 27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밖 전광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월 27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밖 전광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기업 경영 환경 안정화를 위해 주주권 행사 요건 강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투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초점은 개인이나 시민단체의 주주행동에 맞춰져 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펀드의 일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법제심의회(법무상 자문 기관) 논의를 거쳐 주주권 행사 문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회사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 1월 소집되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현행 일본의 회사법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과 관련해 총주주의 의결권 3% 이상을 6개월 전부터 보유한 주주가 이사회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이를 5% 이상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주제안권 요건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총의결의 1% 이상 또는 300개 이상의 의결권을 일정 기간 보유해야 주주 제안이 가능하지만 ‘300개 이상’ 요건을 없애고 ‘1% 이상’이라는 단일 기준을 세울 예정이다. 높아진 주주 권리가 행동주의를 통해 기업 경영진에게 압박으로 작용하자 이를 제어하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부 주주가 소액 지분만 보유한 상태에서 기업 경영과 무관한 안건을 무리하게 상정하거나 경영진을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은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주주권 강화 정책을 앞세워 글로벌 사모펀드와 행동주의 펀드의 핵심 투자처로 부상했다. 동시에 환경·사회·정치 이슈와 관련한 반복적 주주 제안이 급증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공개 행동주의 캠페인 수는 85건으로 전년에 비해 30% 증가했다. 광학 업체 톱콘은 지난해 3월 미국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캐피털이 사업 일부 매각이나 비상장화를 요구해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야후재팬은 자회사 사무용품 판매 업체 아스쿨의 영업 실적에 불만을 제기하며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3명을 주주총회를 통해 해임시켰다.

일본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득세는 일본 정부가 2010년대 중반 이른바 아베노믹스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 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하면서 주주 권한을 확대하고 외국 자본 유입을 유도한 결과다. 행동주의 펀드와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저평가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고 비핵심 사업 매각과 지배구조 개편 요구도 본격화해 자본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일본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투자 중인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은 2029년까지 5년간 기존 투자액의 2배인 5조 엔(약 47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블랙스톤도 내년까지 1조 5000억 엔(약 14조 2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그룹, CVC 역시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상장사 혹은 지분 교차 보유 등 복잡한 지배구조나 비핵심 자회사를 가진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이제 ‘주주권 강화’와 ‘기업 경영 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제도 변화가 일본 시장의 투자 매력을 일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은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 있으며 자본 효율 개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 증시 개혁을 참고해 주주권 강화 정책을 설계한 만큼 일본의 정책 변화가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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