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산 구매·호르무즈 협조 진전…반도체·희토류 논의는 미뤄[미중 정상회담]
[빅딜 없이 전략적 안정 선택]
美, 中 농산물 수입확대 약속받고
해협 개방 지원도 이끌어냈지만
풀기 어려운 의제는 이견 못좁혀
“시진핑, 美 쇠퇴하는 국가” 언급에
트럼프 “바이든 시절 얘기” 일축
입력2026-05-15 17:46
수정2026-05-15 23:43
지면 2면
15일 마무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 중국 방문에서 미중 양국은 농산물과 원유, 보잉 항공기 200대 등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또 미국은 핵심 의제였던 이란 전쟁과 관련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지원하고 해협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중국 측 입장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미중이 서로에게 매긴 무역 ‘펀치’인 반도체와 희토류 수출통제 문제는 나중으로 미뤘다. 오히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미중이 충돌할 것’이라고 경고를 보낸 장면은 ‘대만 리스크’가 앞으로 미중 관계의 최대 변수로 추가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중에서 호르무즈해협 문제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이날 시 주석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차담을 하며 “(나와 시 주석은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는 “(시 주석 또한) 통행료를 징수한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해협 개방을 위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역 분야는 미중이 상당한 진전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뤄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중국 선박들이 미국산 원유를 싣기 위해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알래스카로 향할 예정이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의사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중국이 향후 3년간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구매 합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산 구매와 호르무즈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의제에는 미중이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는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의 대중 관세가 어떤 수준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중국도 중국산 제품에 대해 일정 수준의 미국 관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월로 미뤄진 관세 휴전 연장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희토류 수출통제 논의도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어 대표는 “반도체 수출통제는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면서 엔비디아와 테슬라·애플 등 이번 방중에 참여한 기업 경영자들이 미중 정상에게 첨단기술 통제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달할 기회는 가졌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 공급 문제도 “구매 여부는 중국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며 공을 중국으로 넘겼다. “희토류 문제를 더 키우기보다는 이견을 관리하려 하고 있다”는 그리어 대표 언급은 중국 또한 당분간 희토류 공급망을 미국에 풀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의 ‘정당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혀 결을 달리했다.
AFP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통역관의 메모에는 영어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봉쇄, 희토류, 곡물 등이 있었다. 또 이슬람혁명수비대, 호르무즈해협, 레바논도 쓰여 있었다. FCC는 지난달 미국과 ‘상호 인증 합의’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의 전자기기 검사·인증기관 자격을 취소했고 중국 대형 통신사 3곳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을 금지한 것과 관련된 논의로 보인다.
특히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 문제가 앞으로 미중 관계를 설정할 최대 변수임을 선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미중 정상 간 대화에서도 두 나라 사이 지정학적 긴장감이 묻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패권국(미국)과 도전국(중국) 간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하며 ‘쇠퇴하는 미국’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소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전향적인 합의 대신 손쉬운 성과에 집중한 미중은 올 9월로 예정된 시 주석의 미국 답방에서 더 많은 과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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