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엔 입 닫고 코스피만 즐겨서야
진동영 정치부 차장
입력2026-05-15 18:07
지면 23면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여러분 기뻐하시라.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코스피 지수가 8002를 넘어섰다”고 자축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에 따라 신뢰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 대표와 정부는 ‘내란 척결’로 증시가 뛰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반도체 호황 덕분이라는 걸 주식 투자자 대부분이 안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 진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상승을 견인한 덕분이다. 물론 정부가 뒷받침한 덕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치권이 스스로에게 공을 돌리며 자화자찬하는 것은 민망하다.
증시 상승과 각종 경제지표 반등을 이끈 삼성전자는 지금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막대한 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현실화할 태세다. 삼성전자는 파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웜다운(warm-down)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서는 지금껏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너나없이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겠다”며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막상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파업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가 “수십조 원의 손실을 불러올 파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파업부터 막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도 요구하고 있다. 정 대표와 민주당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국내 증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증시를 떠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자화자찬이 아니다. 경제를 정치적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 경기도 평택은 멀지도 않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는 정 대표가 삼성전자 노조를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 사태 해결을 위해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거대 여당도 힘을 보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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