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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웃지 못한 선생님들… ‘책임 전가’ 공문에, 폭행 당한 사연도 [사건플러스]

올해 스승의 날 이모저모

‘K팝 콘서트 학생 안전 책임’ 공문 수령

학생이 가져온 케이크 섭취불가 지침도

학생이 학교에서 흉기 꺼내드는 사건도

한달 전에는 교사가 폭행당해 전치 2주

교사 100명 중 95명 “존중 못받고 있어”

스승의날 행사에 교원 3단체 끝내 불참

입력2026-05-16 06:00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교사 시민권 회복 행사’에서 한 시민이 ‘교사도 시민이다’ 퍼즐 맞추기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교사 시민권 회복 행사’에서 한 시민이 ‘교사도 시민이다’ 퍼즐 맞추기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스승의 날을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스승의 날이었던 이달 15일 교사들은 K팝 콘서트에서 학생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시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이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가져온 케이크를 먹으면 안된다는 교육부 지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이 흉기를 꺼내 들거나, 교사가 초등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했다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16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에 따르면 이달 15일 부산 소재 중·고등학교에 부산시교육청 산하 학생교육문화회관으로부터 온 공문이 한 장 도착했다. 토요일인 다음 달 27일 개최되는 K팝 콘서트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학생과 교사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의 공문이었는데, ‘이동 및 관람 등 체험활동 중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책임은 지도교사에게 있음’이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다. 부산시교육청 주관으로 개최되는 행사가 아니었음에도 교육청이 사실상 주말에 교사에게 사고 책임까지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교육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고 교권 추락의 현실에서 위로받아야 할 스승의 날, 주말·야간 공연 학생 인솔도 그 사고 책임도 교사가 지라는 공문을 발송한 자체가 너무나 황당하다”며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자 책임 전가”라고 비판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내려온 교육부의 공문도 논란을 빚었다. 이달 14일 경북교육청은 SNS에 배너 형식으로 ‘헷갈리는 청탁금지법 완벽 정리’라는 제목의 스승의 날 선물 및 행위 허용 범위 안내 지침을 올렸다. 경북교육청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스승의 날을 맞아 케이크 파티를 열고 이를 학생들끼리 나눠 먹는 것은 괜찮지만, 교사와 함께 케이크를 먹거나 교사에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네이션 또한 학생이 개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받으면 안된다고 안내했다. 논란이 일자 교육청 측은 지난해 케이크를 받았다가 신고 당한 교사의 사례를 들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작성된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해당 배너를 삭제했다.

이와 관련해 이달 14일 현직 교사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자신의 SNS에 여러 조각으로 나뉜 케이크 사진을 올리며 “사실 매년 저래왔다”며 “지난해 스승의 날 우리 반 아이들이 케이크를 준비해 깜짝 파티를 해줬다. 너무 감동받고 뭉클했지만 직접 먹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이달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1학년 남학생 1명이 교실에서 흉기를 꺼내 친구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스승의날 기면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교실에 소수의 학생만 머물러 있었고, 순찰하던 교사가 빠르게 대응해 학생을 진정시켜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학교 측은 학생이 흉기를 꺼내든 이유 등 정확한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스승의 날을 한 달 앞두고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입원을 한 교사의 사연이 이날 전해지기도 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 내 상담실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다른 학생과의 갈등으로 분리 지도를 받던 중 갑자기 3층 창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를 본 교사가 학생을 제지했지만, 되레 학생은 교사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고 의자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의 폭행은 20여분간 이어졌고, 교사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교사는 불안·우울 증상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번 사건은 제주시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됐으며, 교육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스승의 날에만 교사들이 우울한 상황을 겪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도 교사들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가 진행한 ‘스승의 날 맞이 교사 인식 설문조사’ 결과 ‘교사의 교육적 가치와 헌신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인원은 5.6%에 불과했다. 미래의 인재를 키운다는 ‘자긍심’으로 일하는 교사들이지만 교직 생활을 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있는 교사도 34.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학부모 또는 학생으로부터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답한 교사는 2명 중 1명 꼴이었다.

교사들의 불만은 이번 스승의 날 정부 행사에서 드러났다. 매년 교육부는 교총과 함께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는데, 올해는 한국교총·교사노조·전교조 등 3대 교원 단체가 모두 불참하는 바람에 ‘주인공 없는 행사’를 연 것으로 파악됐다. 교총은 같은 날 따로 행사를 진행했다.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행사 프로그램으로 추진한 ‘교사의 다짐’이 부적절하다는 이유 등이었다. 교육 당국이 교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다짐을 요구하는 듯한 형식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학생들의 교권 침해 행위도 심해지고 있어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스승의 날을 맞아 단순히 요식행위만 하고 다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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