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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스트롱맨들의 ‘이익 교환’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중동·대만 등 레드라인

명분 버리고 실리 챙겨

치밀·유연한 전략 절실

입력2026-05-16 11:25

정주용

정주용

그래비티벤처스 대표

미·중 정상회담을 묘사한 AI 이미지.
미·중 정상회담을 묘사한 AI 이미지.

지난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9년 만에 마주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념적 명분이나 가치 외교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철저한 ‘자국 이익 극대화’라는 냉철한 셈법이었다. 양국 정상이 치열한 샅바싸움 끝에 찾아낸 이 실용주의적 균형점은 지정학적 빅딜, 경제적 실리, 그리고 정치적 계산이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물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그리고 세계 질서를 뒤흔들 만한 대목은 이란과 대만을 식탁 위에 올린 ‘지정학적 빅딜’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는 이란 전쟁의 신속한 종결이다. 이를 위해 이란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지렛대 삼아 이란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 미국이 주도하는 종전 시나리오에 묵시적으로 동의한다면, 이란은 G2의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의 중동 패권에 협조하는 대가는 무엇인가. 바로 ‘대만’이다. 시 주석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나 이란에서 원하는 바를 취하되,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만큼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내내 대만 이슈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 오묘한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시사한다. 친중 정당의 득세로 대만의 정치적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은 동북아의 화약고인 대만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승리와 실익을 챙기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경제 전선에서의 기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이번 방중에 미국의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대거 동행한 것은 무역전쟁의 ‘전술적 휴전’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자국의 압도적 기술력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적어도 하반기 중간선거 전까지는 소모적인 관세 전쟁을 멈추고, 첨단 기술 제품의 중국 향(向) 수출을 대폭 늘리겠다는 속내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는 법이다. 미국 역시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중국산 일반 소비재에 대한 수입 문턱을 낮추며 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공산이 크다.

이 모든 정교한 체스판의 끝에는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의 중간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오는 9월 시진핑 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트럼프가 그리는 드라마틱한 정치적 시나리오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그는 이번 미중 해빙 무드를 통해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정조준하고 있다. 이란 전쟁의 조기 종결로 글로벌 ‘유가 안정’을 이끌어내고, 중국산 저가 수입품 확대를 통해 발등의 불인 ‘인플레이션 억제’를 이뤄내겠다는 포석이다. 외교적 성과와 경제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선거 압승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연이은 확장적 전쟁으로 짙은 피로감이 누적되던 미국 경제, 그리고 짓눌려 있던 글로벌 시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맞이했다. 양국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철저히 존중하며 만들어낸 이 일시적이고 전략적인 화해 무드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크게 덜어내며 경제 전반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이익 교환으로 빚어낸 이 냉혹한 신세계 질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강대국들이 이토록 기민하게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취하는 지금, 우리의 외교·경제적 셈법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국제 정세의 새로운 전환점 앞에서 더욱 치밀하고 유연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주용의 혁신 벤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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