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3명 중 1명 경험…귀·뇌·마음의 SOS 신호일 수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서재현 교수
어지럼증, 성인 3명 중 1명 경험
절반은 ‘귀’ 문제…이석증 가장 흔해
특정 자세서 빙글빙글 도는 증상
떨어진 이석 제자리 돌려 놓는 치료
어지럼증과 마비 등 동반 땐 뇌 문제
검사서 이상 없으면 ‘심리’ 문제일 수도
입력2026-05-17 09:00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30%가 평생 한 번 이상 어지럼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곤하거나 잠을 못 잤을 때 느끼는 어질어질함이나, 차멀미처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일시적·생리적 어지럼증에 가깝다. 반면 가만히 있는데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 몸이 한쪽으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증상은 병적인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있다.
병적 어지럼증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귀 안의 평형기관 문제일 수도 있고, 뇌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으며, 불안과 스트레스가 만든 만성 어지럼증일 수도 있다. 원인 감별이 치료의 첫 관문인 이유다.
16일 저녁 9시 서울경제TV ‘지금, 명의’에서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명·난청·어지럼센터 서재현 교수가 출연해 어지럼증의 대표 원인과 치료법,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위험 신호를 알려준다.
◇어지럼증, 절반 이상은 ‘귀’ 문제…이석증 가장 흔해
병적인 어지럼증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귀 안의 평형기관 문제, 둘째는 뇌의 평형 조절 기능 문제, 셋째는 심리적 요인과 스트레스에 따른 어지럼증이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은 ‘귀’다. 병적인 어지럼증 환자 10명 중 5~6명은 귀 안의 전정기관 문제로 발생한다. 뇌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약 10% 정도이며, 나머지는 불안·우울·스트레스와 관련된 심리성 어지럼증으로 설명된다. 귀에서 생기는 대표 질환으로는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이 있다.
가장 흔한 어지럼증 질환은 이석증이다. 이석은 우리 몸의 위치와 중력 방향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석 일부가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갈 때 생긴다. 반고리관은 머리의 회전을 감지하는 기관인데, 이곳에 이석이 들어가면 실제 움직임보다 훨씬 큰 회전 자극으로 인식돼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석증의 특징은 특정 자세에서 갑자기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서재현 교수는 “고개를 돌리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심하게 어지럽지만, 가만히 있으면 비교적 괜찮다”며 “어지럼증은 보통 5분 이내로 짧게 나타나고, 같은 자세를 취할 때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석증의 약 90%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한다. 다만 칼슘 부족, 비타민D 부족, 골다공증, 노화, 머리 외상 등이 이석이 떨어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성,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게 더 흔한 이유도 뼈 건강과 관련이 있다.
치료는 이석치환술로 이뤄진다. 떨어진 이석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치료다. 어느 쪽 귀의 어떤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에 따라 치료 자세가 달라진다. 성공률은 대체로 80~90%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재발률도 20~30% 정도로, 치료 후에도 다시 생길 수 있다. 서재현 교수는 “최근 일부 건강기능식품이 ‘이석을 붙인다’는 식으로 광고되지만, 이석증을 직접 치료하는 약은 없다”며 “칼슘이나 비타민D 보충이 일부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치료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정신경염, 가만히 있어도 어지러워
전정신경염은 귀 안의 평형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재현 교수는 “이석증이 자세를 바꿀 때 짧게 반복되는 ‘게릴라전’ 같은 어지럼증이라면, 전정신경염은 며칠간 이어지는 ‘어지럼증의 폭풍’에 가깝다”며 “가만히 누워 있어도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눈을 감아도 머릿속이 도는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급성기에는 신경안정제 등 어지럼증을 줄이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극심한 어지럼증이 지나간 뒤에는 전정재활운동이 중요하다. 눈과 머리, 자세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떨어진 전정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다. 재활이 충분하지 않으면 만성 어지럼증이나 심리성 어지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니에르병, 어지럼증에 난청·이명·귀먹먹함 동반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함께 난청, 이명, 귀먹먹함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귀 안에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 있다. 메니에르병은 이 안의 림프액 조절에 문제가 생겨 물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신경을 자극하는 질환으로 설명된다. 이 때문에 청력이 떨어지고, 귀가 먹먹해지고, 삐 소리가 나는 이명이 생기며, 어지럼증이 반복된다.
치료의 첫 단계는 생활습관 개선이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며, 스트레스와 과도한 음주·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이뇨제나 혈액순환 개선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로 상당수 환자는 안정적으로 조절된다. 다만 6개월 이상 치료해도 어지럼 발작이 반복되고 청력이 계속 나빠지는 경우에는 주사 치료나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어지럼증에 마비·복시·언어장애 동반되면 뇌 문제 의심
어지럼증이 가장 위험한 경우는 뇌질환의 신호일 때다. 뇌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도 귀에서 오는 어지럼증처럼 빙글빙글 돌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어지럼증 양상만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서재현 교수는 “뇌 문제일 때는 어지럼증과 함께 동반 증상이 나타난다”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감각 저하나 마비가 생기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나거나, 극심한 두통이 동반되면 뇌경색 등 뇌질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 어지럼증으로 여기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 신경학적 검사와 MRI 등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 문제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이 남거나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검사는 정상인데 계속 어지러우면 심리 문제
최근에는 심리성 어지럼증도 중요한 범주로 다뤄진다. 이는 아무 문제 없이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같은 심한 어지럼증을 겪은 뒤, 그 공포와 불안이 남아 만성 어지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없지만 환자는 계속 어지럽다고 느낀다. 이때는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위험한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전정재활운동, 인지행동치료, 필요 시 항불안제 등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하면 심리성 어지럼증 환자도 상당수 회복될 수 있다.
◇어지럼증 예방하려면 수면·수분·뼈 건강 관리해야
어지럼증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질환별 관리가 필요하다. 이석증은 뼈 건강과 관련이 있어 칼슘과 비타민D 부족을 점검하고, 햇빛을 보며 걷는 야외 활동이 도움이 된다. 한쪽으로만 오래 누워 있는 습관도 피하는 것이 좋다.
메니에르병은 염분 섭취를 줄이고, 과음과 카페인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한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도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정신경염은 면역력과 관련이 있는 만큼 충분한 수면, 수분 섭취, 적절한 활동이 중요하다. 특히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은 귀 안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재현 교수는 “어지럼증은 단순한 불편감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SOS 신호일 수 있다”며 “귀의 평형기관 이상일 수도 있고, 뇌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으며, 마음의 긴장이 몸으로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으므로 어지럼증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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