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대노조 한달새 4000명 줄탈퇴…과반 지위 ‘풍전등화’
“DS만 챙기냐” DX 반발…소송전 비화
갈등 장기화…경쟁사 인재 유출 이어져
파업 강행 땐 최대 100조원 손실 우려
입력2026-05-17 10:38
삼성전자(005930)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조합원들의 대규모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임금 교섭이 반도체(DS) 부문에 편중됐다는 불만이 폭발하면서 불거진 노노(勞勞)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파업 동력 상실은 물론 노조의 ‘과반 지위’ 자체가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내 DX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탈퇴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탈퇴 인원만 약 4000명에 육박한다. 이는 초기업노조 내 DX부문 전체 인원(약 8500~9000명)의 절반에 달한다.
이번 탈퇴 행렬의 기폭제는 ‘DX 소외론’이다. 노조의 임금 교섭 타깃이 전면적으로 DS부문의 성과급과 처우 개선에 맞춰지면서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 “우리는 파업의 들러리냐”는 불만이 극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노조 집행부의 탈퇴 처리 지연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최근 사내 익명 게시판 등에는 “파업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의로 탈퇴 처리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노조는 이에 대해 “한 달 새 탈퇴 신청이 4000건가량 몰려 처리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14일 하루에만 500여 건 이상을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고의 지연이 아닌 행정적 문제라고 설명한 것이다.
내부 갈등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달 15일 일부 DX부문 조합원들은 현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단순한 조합원 이탈을 넘어 노조 집행부의 결정권 자체를 부정하는 노노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셈이다.
대규모 이탈표로 인해 초기업노조의 과반 노조 지위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15일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 1750명이다. 과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전체 임직원의 절반 수준인 6만 4000여 명 선이다.
현재 신청된 4000여 명의 탈퇴가 최종 승인될 경우 조합원 수는 단숨에 6만 7000명대로 주저앉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반 지위를 상실하면 지난달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정받은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내년 복수 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며 “결국 DS부문만 남은 ‘반쪽짜리 노조’로 전락할 위기”라고 지적했다.
초기업노조는 이달 18일 사측과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강경한 입장이다. 15일 기준 사내 메신저 닉네임을 ‘총파업’ 관련 문구로 변경한 임직원이 4만 3000명을 넘어서는 등 강성 조합원들의 결집세도 만만치 않다. 노조가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이 강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계는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가 국가 경제와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에 미칠 치명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두고 경쟁사와 격전이 벌어지는 ‘골든타임’에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직간접적 경제 손실이 최대 1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인재 유출’이다. 노사 교섭이 장기화하고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최근 몇 달 새 200여 명의 핵심 인력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로 자리를 옮긴 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는 “성과급 협상 결과를 보고 거취를 정하려 했지만, 노사 간 접점 없는 소모전만 계속돼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패권을 두고 사활을 건 속도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삼성 내부의 소모적인 노사, 노노 갈등은 뼈아픈 실책”이라며 “결국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기업의 경쟁력 상실을 지켜봐야 하는 임직원 본인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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