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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민주주의’ 회복할 지방선거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중앙정치 대리전 경향 보인 지선

주민들 스스로 지역 일꾼 가려내

진정한 ‘지방자치의 꽃’ 피워내야

입력2026-05-18 05:00

수정2026-05-18 05:00

지면 29면

다음 달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엄중히 돌아보게 된다.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선출해야 할 대상이 많아 투표가 복잡한 데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져 투표율이 낮다. 실제로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60%를 상회했으나 2022년 선거에서는 50.9%로 급락하며 우려를 낳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대통령 탄핵, 그리고 2025년 조기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격랑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각 정당의 행보도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회복과 지역균형발전을 앞세우며 생활 밀착형 정책과 주거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 시대 구현과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유치, 안보 및 법질서 확립을 중심에 뒀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독재 청산과 실질적 지방분권을, 개혁신당은 합리적 보수와 과학기술 기반의 세대교체를 강력히 주장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내란 정당’이나 ‘이재명 방탄’ 같은 공격적 프레임 씌우기가 횡행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중앙정부의 행정력을 동원해 지역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여당 프리미엄’과 거대 여당을 견제하려는 야당의 ‘정권 견제론’ 사이에서 깊은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선거는 4년 주기인 총선·지선과 5년 주기인 대선이 얽혀 매우 빈번하게 돌아오는 구조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본래 취지보다 중앙 정치의 흐름에 종속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2018년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사에서 여당이 거둔 가장 압도적인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된다. 이는 전년도 대선의 연장선이자 2020년 총선으로 이어진 ‘민주당 우위 지형’의 정점이었다. 반면 2022년 지방선거는 박빙의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지며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 역시 중앙 정치의 영향권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본연의 지방자치 의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중앙 정치의 영향력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 스스로 지방선거에 더 깊은 관심을 두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지역사회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 정치는 실상 개개인의 일상에 다른 선거보다 더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교육, 교통, 치안, 거주 환경을 비롯해 아동·고령자 보호와 취약 계층 지원 등 주민 삶과 밀착된 문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해결하는 ‘자치’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분권과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의 정당 추천제를 폐지하거나 특정 지역에 기반한 지역 정당 설립을 논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민사회 또한 대표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기초의회 선거구 확대, 비례대표 의원 비율 상향, 결선투표제 도입, 그리고 성 평등 실현을 위한 공천 기준 마련 등 제도 개혁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제도적 보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진정한 일꾼을 가려내는 안목이다. 진정한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행정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받는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거주지의 지역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주체’가 될 때 실현된다. 현재 주민조례청구제·주민참여예산제·주민소환제 같은 직접민주주의 기제들이 마련돼 있으나 현장에서는 그 쓰임새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제는 주민들이 지방의회 의제나 자치단체의 현안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및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참여 기제가 절실하다. 지방의회와 자치단체 역시 특정 이익 단체에 포획되지 않도록 지역 주민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라는 낡은 허울을 벗고 진정한 지방자치를 꽃피우는 도구로 거듭날 때 우리 동네의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있다. 이번 선거가 단순히 각 정당의 지지율을 확인하는 자리를 넘어 풀뿌리민주주의의 진정한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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