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홈플에 긴급대출 검토하며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담보 맡겨야”
3개월·연 6%·1000억 제시
배임 논란 탓 ‘즉시 상환’ 조건 달아
홈플은 또 자금난 예상에 딜레마
입력2026-05-17 17:37
수정2026-05-17 18:33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이 긴급 자금 대출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가 슈퍼마켓(SSM) 부문인 익스프레스를 매각해 받게 될 대금을 수취하는 즉시 조기 상환하도록 조건을 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메리츠 측이 사실상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던진 것으로 평가하며, 자금 확보를 둘러싼 양측의 협상이 다소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유통·투자은행(IB)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단기 대출(브릿지론)안을 홈플러스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의 제시안은 총 대출 규모 1000억 원, 연 이자율 6.0%에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수취 시 즉시 의무 조기상환’과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연대보증’을 핵심 조건으로 담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난이 심화되며 벼랑 끝에 몰린 홈플러스는 그간 메리츠 측에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해왔다. 실제 홈플러스의 자금난은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달 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데 이어 이달 21일 예정된 5월분 급여 역시 지급이 불투명하다.
홈플러스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메리츠가 주요 자산 대부분을 담보신탁으로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전무하다”며 “현시점에서 긴급운영자금을 대출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메리츠”라고 결단을 호소했다. 이에 그간 요지부동 자세를 취하던 메리츠가 정부의 포용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전향적 입장을 드러내는 등 대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메리츠가 검토에 나섰다는 점에서 회생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보면서도, 이번 제안이 실질적인 구제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당장 자금이 바닥난 홈플러스가 1000억 원을 지원 받아 밀린 임직원 급여와 급한 물품 대금을 정산하면, 2~3개월 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이 들어오더라도 이를 곧바로 메리츠에 돌려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메리츠의 브릿지론을 수용해 급한 불을 꺼야 하면서도 매각 대금을 조기 상환에 쓰고 나면 또다시 운영 자금이 바닥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장사인 메리츠금융이 주주들로부터 제기 될 배임 논란을 사전 차단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 입장에서는 매각 잔금 등 원금 상환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배임 논란을 피할 수 있다”며 “MBK에 대주주로서 더욱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조건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홈플러스의 근본적인 경영 위기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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