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수질 이상 없다더니 “알도 못 낳고 떼죽음”…소양호 붕어 수만마리 폐사, 원인은
입력2026-05-18 01:30
“산란하러 올라온 붕어들이 알도 못 낳고 다 죽었어요….”
강원 소양호 상류에서 발생한 붕어 집단 폐사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생계를 걸고 조업하던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인제군 등에 따르면 소양호 상류인 부평리·관대리·신월리 일대에서는 지난 4월 초부터 붕어와 잉어, 뱀장어 등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붕어잡이는 통상 3월 말부터 아카시아꽃이 피는 시기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성어기다. 하지만 올해는 산란기를 맞아 상류로 올라온 붕어들이 산란조차 하지 못한 채 죽어가면서 어민들은 사실상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김영인 인제군 남면어업계장은 지난 4월 7일 붕어 집단 폐사를 처음 목격한 뒤 군청에 신고했다.
김 어업계장은 ”붕어가 산란하고 난 다음에 죽는 경우는 있지만, 산란도 하기 전에 대기 장소에서 죽는 사례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어민들이 입은 피해는 막대한 수준이다. 어민 1명이 통그물 형태의 각망을 이용해 일주일 동안 잡는 붕어는 약 900㎏ 정도다. 붕어 거래 가격이 1㎏당 50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6주 동안 한 명당 약 3000만 원의 소득이 사라진 셈이다.
소양호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이 총 49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1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붕어뿐만이 아니다. 쏘가리와 장어 등 다른 어종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어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어민은 “장어가 바늘을 문 상태에서 죽은 채 올라온다”며 “죽었으니 유통이 불가능하다. 현재 잡는 물고기는 지자체에서 수매해주는 생태계 교란 어종밖에 없다. 결국 소득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폐사한 붕어·잉어·뱀장어 성체는 2t(톤) 이상으로, 마릿수로는 수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민들은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제군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명에 납득하지 못해 직접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 산학협력단에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최근 물고기 폐사 원인으로 ‘황화수소 중독 등 복합적 환경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물 시료에서는 황화수소가 1L당 최고 519㎍ 검출됐다. 이는 어류가 96시간 노출됐을 때 절반이 폐사하는 농도인 5㎍/L의 104배에 달하는 수치다.
연구진은 저층 펄(저질)에 쌓인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황화수소가 고농도로 생성됐고, 봄철 수온 상승과 맞물리며 붕어와 잉어의 호흡기를 손상·마비시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황화수소는 기존 행정기관 수질검사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아 일반적인 수질 검사에서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높은 인산염 인 농도로 인해 수역이 과영양 상태에 놓였고, 이로 인한 조류 과다 번식과 산소 부족 현상이 어류 서식 환경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에 어민들과 이춘만 인제군의회 의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기관은 ‘세균 또는 바이러스 감염 추정’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지 말고 철저한 재조사와 객관적인 원인 규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피해 보상과 생계 대책 마련, 소양호 수생태계 보존을 위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수립도 요구했다.
붕어 집단 폐사 소식을 접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원인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지난 15일 직접 소양호 상류 현장을 찾아 어민과 전문가, 관계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대책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어민들은 소양댐 방류를 통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 흐름과 햇빛·공기 접촉을 늘려 황화수소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수도권 식수 공급과 홍수 조절, 가뭄 대응 등을 고려해야 하는 수자원공사 입장상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어업계장은 “어민 중에는 50년 넘게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도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집단 폐사한 사례는 없었다“며 ”저질에 쌓인 퇴적물이 썩는 게 한계치에 다다른 것”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어민들 고충을 공감하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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