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혈압약보다 이게 더 중요해”…사망 위험 30% ‘확’ 낮춘 비결이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운동이 생존율 갈랐다
꾸준히 움직인 환자일수록 사망·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입력2026-05-18 04:30
오는 17일은 세계고혈압연맹(WHL)이 지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이다. 특별한 증상 없이 혈관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고혈압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부전, 만성콩팥병 위험을 키우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고혈압을 흔히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그동안 고혈압 치료는 혈압약 중심으로 이뤄져 왔지만 최근에는 생활습관 관리, 특히 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혈압 수치가 조절되더라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와 함께 꾸준한 신체활동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제학술지 ‘임상 고혈압’(Clinical hypertension) 최신호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고혈압 환자 12만 4370명을 평균 9.1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주당 중강도 운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운동 75~150분 기준을 토대로 운동량을 MET(운동 강도 환산 단위)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전체 고혈압 환자의 55.4%는 권장 운동량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치료에는 집중하면서도 운동은 충분히 하지 못하는 환자가 절반을 넘었던 셈이다.
반면 꾸준히 운동한 환자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권장 운동량 수준인 주당 500~1000MET·분을 채운 그룹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그룹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8% 낮았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역시 27%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운동량이 더 많을수록 효과는 더욱 커졌다. 권장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운동한 환자군에서는 전체 사망 위험 감소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운동이 단순히 혈압만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혈관 기능과 심폐 체력을 함께 개선한 결과로 해석했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관 내피 기능 회복과 혈관 탄력성 개선에 도움을 주고,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반응을 줄이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중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고혈압 환자에게는 사실상 ‘복합 처방’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구에서는 운동의 ‘강도’ 역시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체 운동 가운데 달리기·에어로빅·빠른 자전거 타기처럼 숨이 많이 차는 고강도 운동 비율도 별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고강도 운동 비율이 절반 이상인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4% 낮았다. 심근경색 위험은 29%,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16%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어느 정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병행할 때 심혈관 보호 효과가 더 커질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혈압 환자는 혈관이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럽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걷기 같은 중강도 운동부터 시작해 몸 상태에 맞춰 가벼운 달리기나 인터벌 운동 등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이 권장된다.
한편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스스로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뇌졸중과 협심증, 심부전, 만성콩팥병, 망막질환 등 중증 질환 위험이 커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 26.3%, 여성 17.7%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통계 기준 2024년 국내 고혈압 환자는 760만 5577명에 달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진단받지 않은 환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가 약 1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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