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장 비중 확대, 증시 부양 등 오남용은 곤란
입력2026-05-19 00:05
지면 31면
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 자산운용 계획에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최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4.5%로 전략적 자산 배분에 따른 최대 허용치(19.9%)를 크게 웃돌았다. 증시 상승 국면에서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추자니 수익성이 떨어지고 계속 사들이자니 특정 자산 쏠림 우려가 커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자산운용 기준 재정립에 대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규모는 지난해 말보다 약 250조 원 늘어난 1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운용 수익(231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 예상 보험료 수입(64조 원)의 4배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반도체주 랠리에 힘입은 눈부신 성과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가 오히려 국민연금에는 부담 요소가 되는 측면도 있다. 코스피 상승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한도에 육박하면서 인위적 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에 나설 경우 최대 130조~150조 원의 매물은 시장에 충격일 수밖에 없다. 올 1월 기금운용위원회가 리밸런싱을 유예한 것도 이런 현실을 고려한 조치였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를 떠받치는 최후의 안전판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계속 오를 수만은 없고 높은 수익률도 지속되기 어렵다. 당장 국내 증시가 강세라고 해서 비중 확대만을 주장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접근이다. 자국 편향 심화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위험 분산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15일 제시한 네 가지 가안이 모두 국내 주식 비중 확대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을 증시 부양에 활용하는 등 오남용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금운용위원회가 리스크를 완화할 균형 잡힌 중기 자산 배분안을 내놓아야 할 이유다. 아울러 수익성 개선으로 한숨 돌렸을 때 사실상 멈춰 선 국민연금 후속 개혁 논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