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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미·중 갈등 반사이익 꺼진다...기술 투자·생태계 조성 필요”

■강석훈 K정책플랫폼 이사장·성신여대 교수

19대 국회의원 거쳐 경제수석·산업은행 회장 역임

“美, 韓 반도체 70% 영업이익률 계속 놔두겠느냐”

ASML 노광장비 수출 규제 풀리면 韓 직접 타격 받아

AI 발전에 새 일자리 등장... 정부, 직업 이동 지원해야

K정책플랫폼, 우리 사회 주요 현안·정책 공론장될 것

입력2026-05-20 07:30

수정2026-05-21 18:30

지면 29면
강석훈 K정책플랫폼 이사장이 1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산업계의 미래 생존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강석훈 K정책플랫폼 이사장이 1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산업계의 미래 생존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 70% 달성을 언제까지 봐줄까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판매가 허용되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거의 사라집니다.”

강석훈 K정책플랫폼 이사장은 1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사라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학계에서 정치권을 거쳐 정부의 주요 직책을 경험한 경제·산업·금융 정책 전문가다. 1991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7년부터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서울 서초을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산업은행 회장을 역임했다. 올해 4월 국회 산하 사단법인 싱크탱크 ‘K정책플랫폼’의 3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강 이사장은 노사 문제로 시끄러운 반도체 산업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2차전지 등 대다수 산업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규제 한두 개만 풀어줘도 우리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노광장비로 미국의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중국의 반도체 생산력은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집중적 기술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슈퍼호황’ 뒤에 ‘슈퍼불황’이 따라온다”며 “슈퍼호황의 시기가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어 불황을 대비한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협력기업들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 메모리 분야를 뒷받침할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육성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 방위산업 등 국내 주요 산업도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유엔의 상품분류코드 600여 개의 상품을 모두 생산하는 전 세계 유일한 나라”라며 “우리 산업계가 살아남을 방안은 중국과 경쟁을 피하거나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기술력을 앞세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촉발한 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이사장은 “한국 경제는 그동안 성장에만 몰두해서 마치 몸집만 커진 어린아이와 같다”며 “이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와 더불어 ‘왜 성장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경제 발전 시기가 지도에서 길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공간에서 항로를 찾는 더 어려운 프로세스에 도달했다”며 “한 축은 경제, 다른 축은 가치의 측면에서 어느 나라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시대의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분배 문제에 대해선 세간의 해법이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AI 발전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으니 수혜를 입은 산업의 이익을 나눠주자는 맥락에서 기본소득 모형이 나왔다”며 “현재 논란이 되는 국민배당금 역시 비슷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가 발전한다고 일자리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증기기관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처음에는 기존 산업의 일자리가 줄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기술과 경제 발전으로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자리 이동 지원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사라지는 기존 일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로 옮겨가야 한다”며 “정부의 가장 훌륭한 소득 분배, 복지 정책은 일자리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증가 등에 따른 정부의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의 하나로 청년층 취업 지원도 제안했다. 강 이사장은 “AI 발전과 경력직 선호 등에 따라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이 직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공서열식 고용 문화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 입시가 중요한 이유는 ‘안전 리그’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고 연공서열에 근거해 근속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노동 문제뿐 아니라 복지와 교육 문제까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3년의 K정책플랫폼 이사장 임기 동안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운영 모형과 이를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 이슈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K정책플랫폼의 키워드는 신뢰와 책임”이라며 “요즘 사회의 현안에 대해 공론의 장이 많이 사라졌다. 우리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가 운영 모형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강석훈 K정책플랫폼 이사장이 1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산업계의 미래 생존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강석훈 K정책플랫폼 이사장이 1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산업계의 미래 생존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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