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60만원→리셀 1000만원…시계 하나에 전 세계가 난장판 된 이유
◆ 박시진의 글로벌 픽 <18>
스와치X오데마 피게 협업 ‘로열 팝’ 컬렉션
220개 매장 앞 일주일 전부터 오픈런 대기줄
출시 직후 리셀가 최소 16배…줄줄이 매물로
오메가 ‘문스와치’도 비슷…제품 출시 논란 여전
두 브랜드 모두 악영향…충성 고객도 떠날 듯
‘한정판 마케팅’ 양면성…인위적 바이럴 지양해야
입력2026-05-20 06:00
최루탄. 경찰.
어찌 보면 시위 현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인데요, 며칠 전 스와치 매장 앞에서 벌어진 상황입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와치가 오데마 피게와 협업해 출시한 ‘바이오세라믹 로열 팝 컬렉션’을 사고자 전 세계 3개 대륙에서 오픈런이 벌어졌습니다. 매장에 먼저 들어가려는 몸싸움이 격해지자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오데마 피게 대표 모델인 ‘로열 오크’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팝아트 스타일 제품 8종으로 구성됐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파텍 필립, 바셰론 콘스탄틴과 함께 3대 명품 시계 브랜드로 꼽힙니다. 시계당 최소 가격이 수십만 달러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이번 협업 회중시계의 가격은 개당 400∼420달러(60만∼63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출시 직후 런던, 파리, 밀라노, 취리히, 뉴욕, 홍콩 등 세계 각국 스와치 매장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콧대 높은 오데마 피게가 타사 브랜드와 손잡고 로열 오크 디자인을 사용한 첫 사례였기에 단기 차익을 노린 ‘리셀러’들이 대거 모였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매장 앞에 텐트와 캠핑 의자 등을 놓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파리 외곽 한 쇼핑센터에서는 개장 전 철제 차단문을 강제로 여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 밖에도 세계 곳곳에서 혼잡과 소동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타임스퀘어 매장 앞에서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남성 1명이 체포됐습니다. 시카고 외곽에서는 쇼핑객들이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매장으로 돌진하고 유리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위험한 모습마저 발생했습니다.
결국 스와치는 공공 안전을 고려해 영국·프랑스·아랍에미리트(UAE)·미국 일부 매장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출시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스와치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매장으로 몰리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리셀 광풍은 즉각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출시 당일 오후부터 빈티드, 이베이, 크로노24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정가의 3∼4배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이베이에서는 해당 제품이 최대 6500달러(약 980만 원)에 판매됐는데, 소매가의 16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컬렉션의 시계 8개 전체 세트의 예약 판매 버전은 2만 7900달러(약 4200만 원)에 재판매됐습니다.
몸싸움까지 번진 배경에는 스와치의 판매 전략이 있습니다. 애플과 달리 스와치는 온라인 사전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22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이 전략은 바이럴 마케팅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와치 측은 “온라인 조회 수가 110억 회를 넘었고 웹사이트 방문자도 수백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비판이 거셉니다. 프랑스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까지 사용했고, 스와치는 일부 매장 폐쇄와 함께 추후 공지까지 판매 중단을 안내했습니다. 스와치 측은 “로열 팝 컬렉션은 향후 몇 달간 계속 판매되며, 일부 국가에서는 50명 이상 대기 줄이 허용되지 않아 판매가 일시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은 스와치의 반복된 전략입니다. 4년 전 오메가와 협업한 ‘문스와치’ 출시 때도 매장 폐쇄, 주먹다짐, 경찰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한정판으로 판매하겠다던 문스와치는 4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스와치 그룹 창립자의 아들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닉 하예크는 명품 브랜드와 협업 캠페인이 젊은 고객층 유입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방문객 수는 늘었지만 브랜드 명성에는 악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합니다. 시계 산업 컨설팅 회사인 럭스컨설트의 설립자 올리버 뮐러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결과”라며 “시계에 대한 애정이 아닌 돈벌이를 위한 몸싸움은 스와치와 오데마 피게 두 브랜드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본토벨의 스위스 주식리서치 책임자 장-필립 베르치도 “고객들을 그렇게 대할 수는 없다”며 “매장당 재고를 50개로 제한한 것은 무책임한 결과”라고 지했습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한정판 마케팅’은 양면성을 지닙니다. 화제성은 고객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위적인 바이럴 마케팅은 오랜 시간 브랜드를 사랑해 온 충성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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