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기술침해 손해액 산정 센터’ 추진…연 1조 피해 구제 ‘마중물’ 되나
중기 기술손해 산정 전문기관 설립
손해액 산정 방법 연구 및 평가 수행
실효성 제고할 법 구속력 확보 관건
입력2026-05-20 09:00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침해 손해액을 전문적으로 산정하는 별도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액이 연간 1조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정작 법원 소송에서 피해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해줄 전문기관이 국내에 전무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중소기업 기술손해 산정센터(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기술보증기금 중앙기술평가원을 센터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평가원은 현재 손해액 산정지원 사업을 통해 피해 중소기업의 손해액 산정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 탈취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전담 조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5년 중기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 및 경영 정보 침해로 인한 손실액은 2023년 약 5442억 원에서 2024년 약 1조 977억 원으로 10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법원에서 인정받는 배상액은 피해 주장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민사소송에서 평균 청구 금액이 8억 원인데 반해 법원의 평균 인용액은 1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 승소율도 32.9%에 그친다. 손해배상의 최대 5배까지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이 구조를 직접 설명하며 “피해 기업은 ‘내 손해가 100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가해 기업은 ‘내가 끼친 피해는 1억 원’이라고 맞선다”며 “이 싸움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댈 수 있는 전문기관이 국내에 사실상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조직 인력이 2명 수준이지만 향후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침해 피해 기업이 보다 객관적으로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관련 인력이 20명 이상은 확보돼야 정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는 업종별 손해액 산정 방법론과 기준 체계를 연구하고, 실제 분쟁 사건에 대한 손해액 평가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피해 기업의 자료 확보와 입증 지원 역할도 맡게 된다.
센터 추진은 중기부가 추진 중인 기술탈취 근절 종합 대책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최근 기술침해 대응 제도를 잇달아 손보며 피해 구제 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에는 이른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디스커버리)’가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제도는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분쟁 당사자의 사업장 등을 방문해 관련 자료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법적 구속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센터가 산정한 손해액은 재판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지만, 법원이 이를 반드시 채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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