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언어폭력 넘어 다시 ‘주먹질’…초등학생 학폭, 더 어려지고 거칠어졌다
입력2026-05-20 04:02
초등학생 학교폭력 피해가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이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 밀치기·때리기 같은 신체폭력 비중도 다시 커지며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은 19일 서울 서초구 재단 본부에서 ‘2026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 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교생 84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전체 학생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였다. 특히 초등학생 피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초등학생 피해 경험 응답률은 2023년 4.9%에서 지난해 12.5%로 약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중학생은 1.7%에서 3.4%로, 고등학생은 1.2%에서 1.6%로 증가했다.
재단은 저연령 학생들이 갈등을 언어보다 신체적으로 표출하거나, 놀이와 폭력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미정 재단 상담본부장은 “초등학생은 몸놀이와 폭력을 모호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며 “당시에는 함께 노는 상황으로 인식했다가 뒤늦게 피해로 받아들이는 사례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게임서 시작된 괴롭힘…“온·오프라인 동시 피해”
학교폭력 유형별로는 언어폭력(23.8%)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폭력(17.9%), 사이버폭력(14.5%)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체폭력은 2023년(10.6%)보다 크게 늘었고,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사이버폭력 양상도 달라졌다. 온라인게임을 매개로 한 피해 비중이 39.9%에 달하며 빠르게 증가했다. 재단은 온라인게임이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현실 인간관계와 연결되는 복합적 폭력 경로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버폭력 피해자의 95.7%는 온·오프라인 중복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반 학폭의 중복 피해 경험률(40.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신고해도 아무 일 없었다”…학폭 대응 불신 커져
학교폭력 대응에 대한 학생들의 체감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 피해 이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49.4%로, 2022년 74.5% 대비 크게 감소했다. 반면 도움을 요청한 뒤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33%로 늘었다.
목격자의 침묵도 심해졌다. 학교폭력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고 답한 학생은 54.6%로 과반을 넘겼다. 방관 이유로는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몰라서”가 가장 많았다.
피해 학생들이 꼽은 가장 큰 미해결 원인은 ‘가해 학생의 사과 부재’였다. 피해자의 50.8%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로 “사과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가장 필요한 지원 역시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79.8%)였다.
반면 실제 현장에서는 갈등이 화해보다 법적 대응으로 번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학부모 조사에서 학폭 발생 후 ‘쌍방 신고’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2023년 40.6%에서 지난해 52.6%로 증가했다.
푸른나무재단은 이날 지방선거 교육감·지자체장 후보들을 향해 AI 기반 학폭 예방·보호 플랫폼 구축, 피해학생 전담 지원 및 가해학생 교정치료센터 설립, 방관 문화 개선 정책 등을 공약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고 나면 감옥 가는데 누가 가요?” 돈 없으면 추억도 못 만든다
“사고 나면 감옥 가는데 누가 가요?” 돈 없으면 추억도 못 만든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