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백악관 취임과는 다른 ‘고금리 포비아’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22>
트럼프 “공격 보류 이틀 뒤~다음주 초까지”
밴스 “핵 포기 합의해야”...추가 경제 제재도
美국채 30년물 금리 5.2%...주담대 부담 ↑
G7, 재정악화 우려...올 금리인상 확률 60%
워시 백악관 취임 의미는 그린스펀과 정반대
입력2026-05-20 09:20
수정2026-05-21 07:06
미국과 이란이 전쟁과 종전 사이에서 지나치게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이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투매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 가격은 물론 주식·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금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매시장이 위축되고 각 국가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은 오는 2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재 아래 취임식을 하게 돼 빈축을 사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고조되는 국면에서 시장에 무리한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까닭이다.
트럼프 “이란 공격 보류 기간 이틀 뒤~다음주 초”...밴스 “핵 포기 합의 안하면 공격 재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걸프 국가 정상들의 요청으로 이란 공격을 보류했다”며 “그들이 ‘2∼3일 정도만 줄 수 있느냐’고 했고 나도 2~3일, 금~일요일, 아니면 다음주초 등 일정한 기간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란은 합의를 간청하고 있고 아마 또 한번 큰 타격을 입혀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 갖지 못할 것이고 아마 머지않은 시점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사적 수단이든 합의든 그들은 조만간 문을 열기 시작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를 순식간에 없앨 수 있는 핵무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걸 알면 국민들이 지지할 수 있는 전쟁”이라고 장담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전쟁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핵무기 제거라는 명분을 부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란에 무기를 보내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약속이고 시 주석의 말을 믿는다”면서도 방중 기간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후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과 댄 케인 합동참모의장에게 19일 하려고 했던 이란에 대한 공격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군사작전 보류 요청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심각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 합의에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가 포함될 것이고 미국과 중동, 그 외 다른 모든 국가가 수용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수용 가능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즉시 전면적인 대규모 공격을 할 준비를 갖추라고 헤그세스 장관과 케인 의장, 미군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이란 상황과 관련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이란이 핵무기 포기 합의와 미국의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걸프 주변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 나라들의 핵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란과 적극적으로 협상하라고 지시했고 이란도 합의를 원한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러면서도 “현재 상황은 꽤 양호하지만 군사 작전을 재개하는 선택지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그 길을 갈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이란 추가 경제제재까지...美국채 30년물 금리는 19년 만에 최고치
미국은 협상 압박책으로 이란의 그림자 금융시스템과 선박, 관련 인물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도 부과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유력 외환 거래소와 이미 제재된 이란 은행들을 대신해 수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주도한 위장 기업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OFAC은 이와 함께 이란산 석유 운송에 관여한 선박 19척과 팔레스타인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가자지구로 진입하려는 선단 조직자, 하마스 계열 무슬림 형제단 관련 요원, 팔레스타인 내 또 다른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의 위장단체 사미둔 조직원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란의 그림자 금융 시스템은 테러를 위한 자금의 불법 이동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자국이 원하는 협상안에 이란이 서명할 때까지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나서자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비롯한 전반적인 중동 사태가 단기에 수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한번 더 확산했다.
그 영향은 채권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거취가 불분명해진 것을 비롯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재정 악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투매 현상이 잇따랐다.
특히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준거 역할을 하는 장기물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0.051%포인트 오른 5.198%까지 치솟으며 19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난 지난 15일에도 5.12% 이상으로 올라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국채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값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중동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4.63%에 머물다가 이후 국제 유가와 물가가 상승하며 4일부터 5% 벽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13일에는 미국 재무부가 250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미국 국채를 입찰에 부친 결과 시장 금리보다 변동성이 낮은 낙찰 금리도 5.046%를 나타냈다.
이날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추종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도 장중 0.064%포인트 상승한 4.687%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장중 0.049%포인트 올라 4.139%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 폭등하고 금값은 내리고...G7 재무·중앙은행 총재들 “각국 수출 제한 말라”
일반적으로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주담대 등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소비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 또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한계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 부담도 늘게 된다. 국채 보유만으로 5% 이상의 수익이 보장될 경우 모든 자산의 가격이 강제적으로 재조정되고 AI 투자로 버티던 미국 경제의 호황 주기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달 1일 투자자 노트에서 3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 5%를 ‘마지노선’에 비유하며 “수익률이 이보다 더 높아질 경우 파멸(doom)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30년물 금리의 급등은 미국 주담대 금리까지 밀어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정보 업체 뱅크레이트를 인용해 18일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 평균금리가 일주일 전 6.45%에서 6.49%로 0.04%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초(6.50%)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미국 주담대 금리는 중동 전쟁 직전인 2월 26일까지만 해도 5.98%까지 내려가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대까지 떨어졌다. 연준이 지난해 9~12월 3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방침을 시사한 여파였다. 주택저당증권이란 주담대를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하는 증권의 일종이다. 이 금리는 미국 일반 주택 구매자들의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기초금리가 된다. 그러다 2월 28일 이란 전쟁이 발발하고 우려가 고조되자 주담대 금리는 빠르게 반등했다. 5주 연속 상승하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7일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자 안정을 찾았다가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재반등했다.
국채 금리의 급등은 증시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67%), 나스닥종합지수(-0.84%) 등이 채권 금리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모조리 하락했다. 시중 금리가 오르자 이자가 없는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빠르게 내리고 있다. 이날 금 선물 가격은 4거래일 연속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4500달러선에 머물며 3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상태가 됐다.
불안이 고조되자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위기를 경계했다. 18∼19일(현지시간) 회동한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중동 분쟁 속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을 고조시켰다”며 “세계 경제 위기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모든 국가가 자의적인 수출 제한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이 신속히 재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대외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은 국내 저축 증진, 재정 건전성 강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G7 회원국뿐 아니라 한국·인도·브라질·케냐 등 4개 초청국의 재무부 장관·중앙은행 총재,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금융안정위원회(FSB) 등 주요 국제기구 대표도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39년 만에 백악관서 취임하는 워시, 그린스펀 때와 정반대 의미...연내 금리 인상 확률은 ‘60%’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는 와중에 워시 차기 의장은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열기로 했다. 18일 로이터통신은 해당 취임식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다고 보도했다. 연준 수장이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것은 1987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이후 39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 연준 의장 취임식은 정치적 독립성을 이유로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연준 수장 취임식 장소의 관례를 깼던 이유는 전임이었던 폴 볼커 전 의장의 그늘을 걷기 위해서였다. 1979년 취임한 볼커 전 의장이 중동 석유 파동(오일쇼크)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을 잠재운 업적이 워낙 컸기에, 당시 시장은 그린스펀 전 의장의 역량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었다. 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에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린스펀 전 의장 역시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을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백악관에서 과시하고자 했다.
워시 차기 의장의 백악관 취임식의 의미는 그래서 조금 다르다. ‘그린스펀 전 의장도 전임 만큼 유능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 했던 39년 전 행사와 달리, ‘워시 차기 의장은 전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움직일 인사’라는 점을 시사할 의도가 뚜렷한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백악관에서 진행될 워시 차기 의장의 취임 선서는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정책 개입을 공식화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걸고 올 1월 30일 워시 차기 의장을 지명했다. 이후 미국 연방상원은 이달 12일과 13일 워시 차기 의장의 연준 이사직과 의장직 인준안을 차례로 의결했다. 연준 의장이 교체되는 것은 2018년 2월 5일 제롬 파월 현 의장 취임 이후 8년 만이다. 워시 차기 의장이 의장직에 오르면 다음달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주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시도와 중동 전쟁 탓에 최악의 수준으로 분열돼 있다.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FOMC 위원 가운데 4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으로 취임 이후 여섯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의견을 냈던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14일 임시 이사직에서 사임했고, 파월 의장은 자신에 대한 법무부의 연준 청사 개보수 위증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이사직에 남겠다고 공언했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 31일까지다. 전직 의장의 이사직 잔류는 1948년 매리너 에클스 전 의장 이후 78년 만이다.
일단, 시장 참여자들은 워시 차기 의장의 백악관 취임식에 개의치 않고 현 금리 인상 추세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이 소식에도 연준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38.5%, 인상할 확률을 60.0%로 반영했다. 금리를 내릴 확률은 1.5%에 불과했다. 워시 차기 의장이 백악관의 뜻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더 크게 기대하는 셈이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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