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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서 제 2의 ‘이종욱’이 나오기를 꿈꾸며

김록호 전 세계보건기구(WHO) 표준국장(20년간 WHO 재직, 현 연세대 객원교수)

입력2026-05-20 16:09

수정2026-05-22 09:54

김록호

김록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객원교수

WHO에서 제 2의 ‘이종욱’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한 AI 이미지.
WHO에서 제 2의 ‘이종욱’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한 AI 이미지.

오는 22일은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20주기이다. 그는 HIV/AIDS 치료 확대를 위한 ‘3 by 5’ 전략, 소아마비 퇴치, 백신 접근성 강화 등을 통해 세계보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무엇보다 그는 WHO를 건강 형평성을 실천하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했다.

WHO 역사에서 세계보건의 방향을 바꾼 인물로는 Halfdan Mahler 전 사무총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리더십 아래 WHO는 1978년 알마아타 선언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Health for All)”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건강을 인류의 기본권으로 선언했다. 거의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선언은 일차보건의료 강화를 통한 보편적 건강보장 실현이라는 WHO의 핵심 방향을 이끄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팬데믹 위험, 기후위기, AI 혁명, 지정학적 갈등이 동시에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WHO는 단순한 감염병 대응기관을 넘어, 기후·디지털·불평등 시대의복합위기를 조정하는 세계보건 거버넌스의 중심축으로 거듭나야한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시대의 리더십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민주화·복지화를 이뤄냈고, 보편적건강보험과 세계적 수준의 공중보건체계를 구축했다. 디지털·바이오·AI 역량도 빠르게 발전시켰다. 코로나19 시기 K-방역의 성공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국은 이제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갖춘 국가로 성장했다.

지난달 말 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에 내년 차기 사무총장 선거 후보 지명을 공식 요청했다. 이제 한국도 다시 WHO 리더십에 도전해야 할 때다.

만약 대한민국의 후보가 기후위기와 AI 혁명의 시대에 인류 건강의 새로운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외교적성과를 넘어설 것이다. Halfdan Mahler가 제시한 “Health for All”의 이상과 이종욱이 실천한 건강형평성의 정신을 21세기에새롭게 계승하는 일,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이 경제적 성공을 넘어인류 공동의 미래를 책임지는 진정한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김록호 전 세계보건기구(WHO) 표준국장
김록호 전 세계보건기구(WHO) 표준국장

He is...

그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1988년 국내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원진레이온 사태 당시 피해 노동자들의 편에서 과학적인 원인 규명과 함께 직업병 판정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교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겸임조교수를 역임했다. 독일의 WHO 유럽환경보건센터, 피지의 WHO 남태평양사무소, 필리핀의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스위스의 WHO 본부 과학부 표준국장으로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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