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우려가 현실로…SK하이닉스 하청노조도 “N% 달라” 소송 예고
원청에 내용증명 발송하며 압박
영업익 연동제와 결합 기업 발목
한화오션 사외하청도 ‘N%’ 요구
입력2026-05-20 17:47
수정2026-05-21 00:44
지면 2면국내 최초로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제도’를 정착시켰던 SK하이닉스가 하청 업체 노동조합으로부터 성과급 교섭 요구를 넘어 피소당할 위기에 놓였다. 올해 3월 전면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파고가 반도체 협력업체까지 번지며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수백조 원의 이익이 기대되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온 셈이다. 재계가 그간 노봉법에 대해 우려했던 ‘상시 파업 리스크’가 반도체 생산 현장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물류 하청 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는 원청인 SK하이닉스가 성과급·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주 법적 대응을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앞서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15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게 ‘2026년 단체교섭 재요구’ 공문을 거듭 발송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바 있다. 하청 노조 측이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은 향후 전개될 법적 공방에서 사측이 고의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는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청 노조의 이번 소송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영업이익 45조 원)을 바탕으로 본사 직원들에게 올 초 수억 원대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협력 업체 노동자들에게는 1인당 500만~600만 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을 지급하는 데 그쳐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큰 것에서 비롯됐다.
노측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과 함께 반도체 생산의 찬란한 성과를 만들어낸 주역”이라고 주장하며 직접적인 성과 차별 개선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원청이 끝내 교섭을 거부할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시정 신청은 물론 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하며 전면적인 법정 투쟁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올 3월 노봉법이 공포되면서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이에 따라 산업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하청 노조의 성과급 관련 법적 공세가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한화오션에서도 사내 하청에 이어 사외 하청 업체에서도 원청과 같은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동일하게 최대 400% 성과급을 지급해 정부가 모범 사례로 꼽았지만 노봉법이 시행되면서 급식과 출퇴근 버스 운행 등을 맡는 웰리브 지회 등과도 직접 교섭을 요구받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사측은 원청 종속성이 낮은 하청 업체까지 교섭 대상에 포함할 경우 사용자성을 근거로 사외 노동자 전반이 같은 요구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불투명했던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 연동제로 바꾼 것이 노봉법과 결합하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됐다”며 “원청이 하청 노조의 직접적인 성과급 요구와 파업 리스크에 상시 노출될 경우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노조가 강력한 현대차와 기아·HD현대중공업 등에서도 이익의 N% 성과 공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등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아울러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30%를, 기아는 영업이익의 30%를 각각 성과급으로 나눌 것을 요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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