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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사이렌

입력2026-05-20 19:14

수정2026-05-20 19:21

지면 31면
서정명

서정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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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은 스타벅스의 도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초록색 간판의 스타벅스 매장이 쉽게 눈에 띈다. 어시장으로 유명한 파이크플레이스마켓 골목 안의 스타벅스 1호점(1971년)은 늘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스타벅스의 사명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따왔다. 흰고래를 잡기 위해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는 모험심과 도전 정신이 담겨 있다. 둥근 모양의 로고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을 상징한다. 매혹적인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하고 배를 난파시키는 바다 요정이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신의 몸은 돛대에 묶어 사이렌의 노래에 유혹되지 않고 무사히 귀향길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스타벅스의 ‘커피 항해’는 거칠 것이 없다.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 4만 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377억 달러(약 53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그룹과의 공동투자로 스타벅스코리아를 설립했고 2021년 신세계그룹이 본사 지분을 인수해 67.5%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인구 100만 명당 매장 수를 보면 한국이 38.6개로 미국(51.7개)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의 스타벅스 사랑은 남다르다. 한국 법인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 238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스타벅스코리아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한 ‘탱크 데이’ 프로모션이 사달이 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용납될 수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스타벅스 본사도 “비극의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터무니없는 분노를 자아냈다”며 한국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화려한 성공 뒤에는 늘 자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법이다.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정상 궤도를 가라’고 사이렌 요정이 경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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