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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빼주세요”

입력2026-05-21 18:00

지면 30면
김현수

김현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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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농촌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겠다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애먼 임차농들만 가슴을 졸인다. 부재지주들이 임대차계약을 끊고 “농지를 비워달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종까지 끝낸 농민들에겐 날벼락이다. 일부 지주들은 조사망을 피하려고 과수나무를 심는 등 ‘위장 영농’까지 시도한다고 한다. 제주 지역 농민단체들이 아예 ‘임차농 보호센터’를 꾸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 농지의 70%가 외지인 소유라는 말까지 나온다. 농지 조사가 자칫 제주 농업 기반을 흔드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달 18일부터 시작된 농지 조사는 2년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 농지를, 내년에는 그 이전 농지가 대상이다. 수도권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외국인·농업법인 소유 농지 등 10대 중점 조사군은 드론까지 띄워 들여다본다. 정부는 조사 뒤 투기성 농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선 “결국 피해는 임차농 몫 아니냐”고 아우성이다. 직불금이나 세금 혜택을 노린 편법 임대차가 만연한 현실에서 부재지주들이 매각 명령에 “직접 농사짓겠다”며 계약을 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임차 농민의 비율은 47%에 달한다. 2030년에는 8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로 직접 농사짓는 농민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농지 소유와 경영은 갈수록 분리되는 흐름이다. 정부가 실경작자 보호를 위해 공공임대 농지 매입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고 기준을 완화하고 있지만 현실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농촌의 인구·소유·경영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은 헌법상 원칙이지만 농촌 현실은 이미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누가 실제 농사를 짓느냐’의 문제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제는 농지 소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농지를 제대로 농사에 쓰게 하는 ‘농지농용’의 시대로 정책 틀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임차농의 불안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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