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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7쪽 한화솔루션 유증안 속 진심

■유현욱 산업부 기자

입력2026-05-21 18:15

수정2026-05-22 08:40

지면 30면

한화솔루션이 추진 중인 1조 811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는 목차를 포함해 1257쪽에 달한다. 최초 제출한 3월 26일 920쪽에서 지난달 17일 1차 수정 때 1159쪽으로 늘어난 데 이어 14일 2차 정정을 통해 100쪽가량 더 불어났다.

웬만한 대학 전공 서적을 웃도는 방대한 분량이다. 고심을 거듭한 듯 가장 많이 덧칠한 투자 위험 요소 항목에는 회사의 양대 축인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 모두가 전례 없는 침체에 빠져 겪고 있는 재무 건전성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 빼곡히 담겨 있다.

2024~2025년 연속 대규모 적자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 한화솔루션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2022년 140.8%에서 2025년 196.3%로 3년 새 55.5%포인트나 치솟았다. 신용등급에는 ‘부정적’이라는 꼬리표까지 달려 있다. 언제 AA-에서 A+로 강등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회사 측은 신용등급 하락 시 2028년 상반기까지 최대 1조 8000억 원의 차환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년간 회사가 마냥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여수산단 유휴 부지, 울산 사택 부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자산, 관계사 지분 등을 정리해 1조 6000억 원을 현금화했다. 여기에 영구채로 7000억 원을 추가 조달하는 등 총 2조 3000억 원 규모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이 힘들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선택지가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다. 대주주의 지분 희석과 까다로운 행정 절차, 여론 악화에도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생존의 위기를 우주 시장 선점의 기회로 바꾸는 것도 유상증자의 또 다른 목적이다. 회사는 조달 자금의 절반인 9000억 원을 태양광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파일럿 라인 업그레이드와 대규모 양산 라인 구축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두 달여 퇴고 끝에 빚더미 위 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청사진은 충분히 그려졌다. 이제는 금융 당국과 소액 주주들이 회사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미래를 위한 투자 로드맵을 실천으로 옮기는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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