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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1년, 경제적 성과와 과제

■ 김원중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수출 호조·확장재정에 소비 회복 불구

잠재성장률 실질 개선 성과낼지 불확실

반등 추세 이어지도록 정부 역할 다해야

입력2026-05-25 17:49

수정2026-05-25 23:46

지면 35면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출발선은 가혹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탄핵 정국 및 정치적 신뢰의 균열은 곧바로 경제 심리 위축으로 번졌고 소비와 투자는 모두 냉각됐다. 2025년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0.3%에 그쳤다는 것은 이 충격의 깊이를 보여주는 숫자다. 전임 정부 시절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국세 수입이 각각 51조 8000억 원, 7조 6000억 원 감소한 것도 고스란히 물려받은 부담이었다. 여기에 출범 8개월여 만에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 충격까지 덮쳤다.

1년이 지난 지금,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년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하며 반등했고 2026년 1분기에는 3.6%까지 올라섰다. 아울러 2026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1.7%(연율 6.8%)로 현재까지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1위일 정도로 성장세는 세계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반등을 이끈 동력은 세 가지다. 첫째, 취임 직후 신속하게 편성한 추가경정예산과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냉각된 소비를 풀어줬다. 둘째, 상법 개정과 불공정거래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자본시장 개혁과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과세특례, 국민성장펀드 소득공제 도입 등 생산적 금융정책에 힘입어 코스피가 7000 선을 돌파했다. 이러한 유례없는 주가 상승이 ‘자산 효과’로 소비를 자극했고, 추경 효과까지 더해져 2025년 3분기 민간 소비는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셋째, 몇 달간 끈질기게 이어진 대미 관세 협상으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것이 수출 방어선이 됐고 수출 규모는 세계 8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성장은 세수 회복으로도 이어졌다. 국세 수입은 2025년 37조 4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고 2026년에도 41조 5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늘어난 세수가 우리 경제의 재정 여력을 뒷받침하며 성장을 돕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과 기업 위주 성장이라는 교조적 프레임에 갇혔던 과거와 달리 과감한 재정 정책과 주주·투자자 친화적 구조 개편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물가 관리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2026년 4월 기준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OECD 평균(4.0%)뿐 아니라 미국(3.8%), 영국(3.4%), 독일(2.9%), 호주(4.6%) 등 주요국의 수치를 모두 밑돈다. 이는 전 세계가 중동 전쟁이라는 충격을 공통으로 받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1997년 이후 29년 만에 부활시키며 과감하게 정책적 대응을 가져간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일자리 분포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취임 전후 10개월을 비교하면 전국 취업자 증가 폭이 13만 9000명에서 18만 6000명으로 늘었고, 비수도권은 3만 6000명에서 16만 6000명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역대 정부를 다 통틀어도 전국과 비수도권의 일자리가 동시에 확대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은, 이 정부가 단순히 거시 지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또 다른 정책 목표까지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과는 해외의 평가에도 반영됐다. 피치(AA-), 무디스(Aa2), 스탠더드앤드푸어스(AA) 등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2.1%에서 2.6%까지 상향했다.

그러나 지금의 회복세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과제다. 소비쿠폰과 추경의 효과가 걷힌 후에도 민간소비가 자체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가계 이자 부담 완화, 실질임금 회복, 청년·취약계층 고용의 질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의 반등은 단기 진폭에 그칠 수 있다.

잠재성장률 반등 여부도 이 정부의 진짜 시험대다. 인공지능(AI)·초혁신경제 등 산업 대전환 프로젝트는 방향은 맞으나 아직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 단계는 아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과 그것이 생산성 향상으로 구현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다음 과제다. 대미 관세 합의 역시 출발점일 뿐 대미투자특별법의 차질 없는 이행과 국부펀드·전략수출금융기금의 법제화까지 매끄럽게 이어져야 한다.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는 일회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이며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평가와 냉정한 시선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전례 없는 정치·경제적 이중 충격 속에서 출발해 1년 만에 성장률을 반등시키고 물가를 주요국 최저 수준으로 관리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성과는 인정받아야 한다. 동시에 지금의 반등이 단기 정책 효과에 머물지 않고 잠재성장률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느냐는 앞으로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서 발을 뗀 것은 확인됐다. 이제 그 발걸음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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