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이끄는 아이디어의 힘
김용선 지식재산처장
지난 60년 특허 등 지식재산 양적성장
이젠 발명·창업 잇는 선순환 만들고
기술 탈취 예방 ‘질적 도약’ 이뤄내야
입력2026-05-28 05:00
수정2026-05-28 05:00
지면 35면
척박한 능선에서 통상 예순 번이 넘는 모진 겨울을 버텨낸 소나무만이 집의 하중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대들보가 된다. 나무가 스스로 속을 굳히는 ‘심재화(心材化)’에는 그만한 세월이 필요하다. 켜켜이 쌓인 나이테는 바람과 추위를 견뎌낸 시간의 기록이자 마침내 집을 떠받치는 힘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발명의 근간 역시 지난 60년 동안 이와 같은 시간을 지나며 묵묵히, 그러나 단단하게 ‘심재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그 예순 개의 나이테에는 발명으로 쌓아 올린 우리 산업의 시간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싹튼 작은 발명은 수출산업의 뿌리가 됐고, 반도체·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로 줄기를 뻗으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왔다.
우리의 도전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한민국은 특허 한 건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하나의 브랜드로 경쟁하며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특허출원 26만 건을 돌파하며 세계 4위의 특허 강국 자리를 굳건히 했다. ‘특허 건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0.65% 늘어난다’는 한 연구 결과처럼 대한민국은 발명과 특허가 국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임을 가장 분명하게 입증해온 산증인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하나의 발명과 특허가 산업의 질서를 바꾸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올해로 제61회를 맞는 발명의 날(5월 19일)이 중요한 변곡점이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육십갑자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갑(甲)’의 자리로 돌아오는 환갑(還甲)의 해를 맞아 지식재산 분야에서 그간의 양적 축적을 바탕으로 한 단계 높은 ‘질적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발명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창업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심사를 통해 기술과 브랜드를 적시에 보호하고 기술 탈취와 특허 침해로부터 발명가와 기업을 지켜야 한다. 아울러 발명이 산업과 시장 속에서 실질적 가치로 이어지도록 금융·기술이전·사업화 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집을 지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고르는 재료가 대들보다. 집의 모든 무게를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막중한 소명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승격되면서 대한민국의 지식재산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대들보가 됐다. 그만큼 책무도 무거워졌다. 이제 발명은 단순한 정책의 한 분야를 넘어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한 축으로서 든든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난 60년의 나이테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면 예순한 번째부터 새겨지는 나이테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올해 발명의 날 슬로건인 ‘모두가 발명가인 나라, 꿈이 실현되는 대한민국’이 말해주듯 발명은 대기업이나 연구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누구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떠올리는 하나의 아이디어와 발명이 다음 세대가 기대어 설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처음의 열정에 축적된 경험을 더해 세계 최고의 지식재산 강국을 향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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