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AI와 ‘인지적 항복’

■김태영 테크성장부 기자

입력2026-05-27 17:38

지면 34면
자녀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아베 신노스케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이 26일 사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녀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아베 신노스케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이 26일 사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장면 하나. 26일 일본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돌연 사임했다. 간밤에 두 딸의 싸움을 말리던 중 말대꾸하는 18세 큰딸을 밀쳐 넘어뜨린 것이 문제가 됐다. 그의 딸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권유에 따라 아동상담소에 연락했고 상담원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아베 전 감독은 자녀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큰딸이 입장문을 통해 “아버지가 연행되는 모습을 보고 놀라 울었다”며 “아버지가 때린 적이 없고 잘 화해했다”고 밝혔지만 일은 커진 뒤였다. 아베 전 감독은 눈물의 사과와 함께 수십여 년 몸담았던 구단을 떠났다.

장면 둘. 같은 날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어김없이 AI가 등장했다. 그룹 조사에서 담당자들은 ‘이전에 진행한 이벤트 문구와 운(라임)을 맞추는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제안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문구가 날짜와 결부돼 논란이 되리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가정폭력 사건은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는 피해자의 의사 표현만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스타벅스 사태 역시 이번 발표만으로 내막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베 전 감독의 딸과 스타벅스코리아 담당자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장면들은 ‘AI 의존’의 맹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실제로 기업 업무, 교육 현장에서는 사고 단계에서부터 AI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경향이 흔해지고 있다. 최근 만난 서울대의 한 교수는 “교육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데 AI가 널리 쓰이면서 이 과정을 제대로 밟는 학생들이 줄었다”며 “AI로 평균적인 모범 답안은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여기서 그치면 판단력을 기르거나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인간이 AI의 결과물을 주체적 판단 없이 따라가기만 하는 현상을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이라 명명했다. AI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판단과 책임은 AI가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때다. 평균과 발군의 차이는 결국 인간이 가른다는 것도 말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