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라우드 수요 올라탄 디지털오션 홀딩스
고민성 NH투자증권 연구원
입력2026-05-28 17:53
지면 21면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면서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 언어모델(LLM)을 새로 훈련하는 수요보다 기업이 실제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추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와 스타트업에 특화된 클라우드 플랫폼을 앞세운 ‘디지털오션 홀딩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오션은 개발자와 스타트업, AI 네이티브 기업에 최적화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상 머신 기반의 핵심 컴퓨팅 서비스인 ‘드롭렛’과 AI·머신러닝 전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인 ‘페이퍼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상품군을 갖췄다. 복잡한 대형 클라우드보다 사용이 쉽고 가격 구조가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I 추론 수요 확대는 디지털오션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AI 추론은 이미 학습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답을 생성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를 뜻한다. 대규모 학습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해 빅테크가 유리하지만, 추론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스타트업도 상용 서비스 안에서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오션의 고객 기반과 맞물리는 지점이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 구조도 강점으로 꼽힌다. 디지털오션은 단순 GPU 임대에 그치지 않고 AI 추론에 적합한 풀스택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리형 데이터베이스와 벡터스토어, 최신 추론 라우터를 연결한 AI 네이티브 스택을 통해 개발자가 AI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구축하도록 지원한다. 회사는 이 같은 구조가 글로벌 빅테크 AI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보고 있다.
실적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고객 중심의 연간반복매출(ARR)이 빠르게 증가하고 마진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연간반복매출은 구독형 서비스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이다. AI 서비스가 일회성 프로젝트를 넘어 반복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무 여력도 확충했다. 디지털오션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8억 9000만 달러(약 1조 3417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2027년까지 60메가와트(MW) 규모의 추가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 세계 20개 데이터센터에서 검증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AI 추론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경쟁 부담은 여전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같은 대형 사업자가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디지털오션이 대형 고객보다 개발자와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만큼 시장 규모와 고객당 매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인프라의 다음 성장축이 AI 추론으로 이동한다면, 디지털오션은 가장 준비된 틈새 강자로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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