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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축사의 금기어, AI

입력2026-05-28 17:55

지면 30면
신경립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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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7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하버드대를 중퇴한 지 32년 만에 모교 졸업식의 초청 연사로 초대됐다.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 정보를 얻고 세상의 장벽을 돌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정보기술(IT)의 역할을 역설한 그의 연설은 큰 호평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 시즌인 5~6월이 되면 각 대학의 초청 연사 명단과 그들의 연설 내용이 화제에 오른다. 164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9명의 하버드대 졸업생 앞에서 축사를 한 이래 수많은 정치인과 법률가·작가·기업인·연예인 등이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과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던져 왔다. 1947년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은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서유럽 재건 계획인 ‘마셜 플랜’을 공개하기도 했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 축사는 지금도 명연설로 회자된다.

올해 졸업식에서는 초청 연사들이 야유 세례를 받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애리조나대에서 인공지능(AI) 발전을 컴퓨터의 발전에 비유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센트럴 플로리다대에서는 “AI 부상은 차세대 산업혁명”이라는 연설에 졸업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졸업생들은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하기 직전 대학에 입학한 첫 AI 세대인 동시에 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첫 번째 희생양이다. 구직난과 미래 불안에 시달리는 졸업생들 앞에 ‘AI’는 금기어가 됐다.

AI 대전환에 따른 청년 세대의 일자리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과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25~29세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3만 1000명 늘었다. 야유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AI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과 고용 확대를 위한 교육 개혁과 노동 유연화를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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