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부랴부랴 ‘교사 면책 강화’ 나선 교육부
입력2026-05-29 00:05
지면 31면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의 면책 범위가 확대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28일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현장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의 경우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의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학교안전법’은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는 경우에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교육부는 국회와 협의해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의 관리 책임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교사에게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는 현행법과 학부모의 잦은 민원에 고소·고발까지 잇따르면서 단순한 안전 관리 책임을 넘어 교권 침해 우려까지 불거졌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줄곧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요즘 소풍도, 수학여행도 잘 안 간다고 하더라”고 지적한 뒤에야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제라도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은 다행이나 대통령이 지적을 해야만 부랴부랴 문제 해결에 나서는 뒷북 행정은 아쉽다.
교육부의 지원 방안에 대한 교원 단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 방안은 교원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학교 안전사고 관리 지침’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이중 책임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이 교사들의 형사처벌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사후 대응에 머문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체험학습 문제는 무너진 교권의 한 단면이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아동 학대 무고성 신고도 교사들을 위축시킨다. 지난달 교총의 ‘스승의 날’ 설문조사에서 교사 67.9%가 “교권이 침해될 때 가장 무력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학생의 안전 보호와 인권 보장은 중시해야 하지만 안전사고 관리에 대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만 부과돼서는 곤란하다.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 교육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면책 기준 마련 등 근본적인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대책은 교권 회복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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