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위험 앞에 민·군 정보 따로 없다
이동규 세종대학교 우주항공시스템공학과 교수
입력2026-05-29 12:27
수정2026-06-01 15:08
이동규
세종대 우주항공시스템공학과 교수
지난 4월, 정부는 480억 원을 투입하는 국가우주상황인식시스템(K-SSA, Korea Space Situational Awareness) 개발 사업의 공식 착수를 선언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초소형 우주감시 위성 2기를 궤도에 올리고, 클라우드 기반 우주물체 통합관리 플랫폼과 AI기반 위험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이를 “국가 우주주권 수호를 위한 전략적 초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청사진이 온전히 완성되려면 반드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민·군 우주위험 데이터의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통합 공유 문제다.
우리 군은 위성 추락이나 잔해 충돌과 같은 자연적·비의도적 우주위험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한편, 군사안보 차원에서 의도적 충돌이나 낙하 등 우주위협 정보도 별도로 생산·관리하고 있다. 민간 측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독자 구축한 전자광학 감시망(OWL-Net, Optical Wide-field patroL Network)을 통해 2018년 중국 톈궁 1호와 2023년 미국 ERBS 위성의 재진입을 성공적으로 예측하는 등 세계 수준의 우주위험 대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군이 생산하는 우주위험 데이터 중 자연적·비의도적 충돌·추락에 관한 정보는 민간이 생산하는 정보와 성격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 공통의 우주위험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통합 운영한다면 민·군 양측 모두의 감시 역량이 강화되고 국가 전체의 우주위험 대응 수준은 지금보다 분명히 높아진다. 물론 군사안보 차원의 우주위협 정보, 즉 의도적 공격이나 낙하에 관한 민감한 군사정보까지 공유하자는 주장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우주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대형 군집위성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지구 저궤도의 인공우주물체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위성 간 충돌 가능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글로벌 우주상황인식 시장이 2026년 기준 약 2조 7,800억 원 규모로 성장하고, 우주기반 감시 분야가 매년 12~15%씩 급성장하고 있다는 전망은(K-SSA 개발사업 계획서, 우주항공청·한국천문연구원, 2026.) 전 세계가 우주위험을 얼마나 심각한 국가 안보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우주 파편 하나가 통신위성을 파괴하면 군 통신망과 국민의 위성항법시스템(GPS) 서비스가 동시에 마비된다. 위성 잔해가 추락할 때 그것은 군사 시설이든 주거 지역이든 가리지 않는다. 우주위험은 민간 영역과 군사 영역을 구분하지 않으며, 이에 대응하는 정보 또한 그 경계를 넘어 공동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아직 이 당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위험에 대비한다는 명분이 뚜렷하다면, 민·군 간 관련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데이터를 통합 운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다. 우리나라가 국가 우주환경 (우주위험) 감시기관을 공식 지정한 것은 2015년이다. 이후 십수 년 동안 많은 토론과 학술세미나에서 민·군 데이터 통합의 필요성이 반복 제기되어 왔고, 얼마전에 열린 제28회 항공우주력 국제학술회의에서도 K-SSA 사업 발표의 핵심 화두 중 하나는 ‘국가 차원의 민·군 간 데이터 통합과 정보공유’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보공유는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관계 기관 간 요청에 의해 이루어지는 임의적·수동적 수준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제도화된 플랫폼 위에서 상시적·자동적·양방향으로 작동하는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 통합 공유 체계,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장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는 민·군 간 데이터 포맷의 차이, 좌표계와 시간계의 불일치, 공용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의 부재, 측정 방식의 상이함 등이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제도적으로도 보안 정책 및 등급 분류 체계의 차이, 법적 정보공유 의무의 부재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장벽들은 이미 연구자 및 관계 기관에 의해 충분히 분석된 과제들이다. 보안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유를 단정적으로 회피하기보다는, 국가 우주안보라는 명분 아래 관련 기관들이 협력하여 장벽을 하나하나 해소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해외 성공 사례가 그 경로를 이미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방어통합센터(NSDC, National Space Defense Center)를 통해 민·군 우주위험 정보를 체계적으로 통합 운용하고 있으며, 유럽의 유럽우주감시추적 조정센터(EUSST, EU Space Surveillance and Tracking Coordination Center)는 회원국 군과 민간이 데이터를 공동으로 공유·분석하는 체계를 안착시켰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이 도입한 보안등급 세분화 및 다단계 분류체계를 참조한다면, 군사정보의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면서도 우주위험 정보를 단계적으로 통합 운영하는 실용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 K-SSA 사업이 이미 설계 안에 사용자 권한에 따른 차등 접근 통제 체계(TAC, Tiered Access Control)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은 기술적 해법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준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대가가 점점 커질 것이다. 우주상황인식(SSA)·우주영역인식(SDA, Space Domain Awareness) 시대를 넘어 우주교통관리(STM, Space Traffic Management)가 본격화되는 미래에는, 관리해야 할 우주물체의 수와 궤도 환경의 복잡성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증대될 것이다. 그 시대에 민·군 정보가 여전히 파편화된 채 분리되어 있다면, 이는 단순한 비효율을 넘어 국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K-SSA 체계개발사업이 착수된 지금이야말로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할 수 있는 적기다. K-SSA 상황실은 우주항공청, 국방부, 행정안전부, 천문연구원이 합동으로 인력을 파견해 24시간 운영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 법적 근거, 데이터 공유 프로토콜, 보안 등급별 접근 기준이라는 실질적 제도 기반이 갖춰진다면, K-SSA는 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넘어 민·군 우주위험 정보 통합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제2차 우주위험대비기본계획(2024~2033)도 이미 범부처 우주감시 정보의 공유 방법과 보안 체계 마련을 명시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방향은 이미 잡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의지와 실행이다. 국가 우주안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민·군 관련 기관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He is...
-공군사관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우주학 박사
-(전) 전투조종사, 공군항공우주전투발전단장(준장), 공사 부교장(준장), 공군대학 총장(준장)
-(현) 세종대 우주항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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