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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는 결론이고, 장부는 근거다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입력2026-05-30 09:00

최승환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공시는 결론을 말하고, 장부는 근거를 묻는다

공시는 거래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회계장부는 왜 그 거래가 그렇게 기록되었는지를 묻는다.

상장회사가 타법인 주식을 취득했다는 공시는 거래상대방, 취득금액, 취득목적, 대금 지급방식을 알려준다.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처분했다는 공시는 발행조건과 인수인, 전환가액과 만기를 보여준다. 대여금, 담보제공, 채무보증, 상계거래, 비상장사 투자 또한 공시를 통해 일정한 형식과 결론으로 시장에 전달된다.

그러나 공시가 모든 질문에 답하지는 않는다. 그 비상장사 지분은 왜 그 가격으로 평가되었는가. 전환사채 매각대금과 투자대금의 상계는 어떤 계약과 분개를 통해 처리되었는가. 대여금의 회수가능성은 어떤 자료로 검토되었는가. 거래상대방은 회사와 특수관계에 있는가. 공정가치 평가는 어떤 전제와 자료에 기초하였는가. 공시는 거래의 결론을 보여주지만, 그 결론을 떠받치는 회계처리의 근거까지 모두 설명하지는 않는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감사의견 거절, 상장폐지 사유 발생, 거래정지, 개선기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국면에서 전환사채, 상계거래, 비상장사 투자, 특수관계자 거래, 공정가치 평가, 회수가능성 문제가 함께 거론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회사의 위법 여부를 단정하는 일이 아니다. 시장이 공시 이후에도 여전히 묻는다는 점이다. “그 거래는 왜 그렇게 회계처리되었는가.” 이 질문이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의 출발점이다.

감사의견 거절은 숫자가 아니라 증거의 문제다

시장에서는 감사의견 거절이 흔히 회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계속기업 가정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감사의견 거절이 언제나 손실이나 유동성 부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감사인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문제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를 입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자료의 부족일 수 있다.

회계가 숫자의 언어라면, 감사는 증거의 언어다. 재무제표에 자산이 계상되어 있더라도 그 자산의 실재성과 권리귀속, 평가금액, 회수가능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사인은 의견을 내기 어렵다. 대여금이 장부에 남아 있어도 채무자의 지급능력, 담보, 회수 흐름, 후속 변제자료가 부족하면 회수가능성은 의문에 부딪힌다. 비상장사 지분이 취득가액으로 기록되어 있어도 그 가치평가의 전제와 거래의 경제적 실질이 확인되지 않으면 공정가치가 쟁점이 된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가 거래되었더라도 그 거래상대방, 대금흐름, 상계의 법률관계, 특수관계자 여부가 불명확하면 회계처리의 근거가 흔들린다.

상장폐지 절차에서 이 문제는 한층 날카로워진다.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되고 개선기간이 부여되면, 회사는 재감사나 차기 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기 위한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주주는 회사가 실제로 어떤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 문제가 된 계정과 거래가 어떤 근거로 회계처리되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때 주주의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회사의 상장유지 가능성,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 향후 주주권 행사의 방향과 직결된다.

그래서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권은 고전적인 회사법상 소수주주권에 머무르지 않는다. 감사의견 거절과 상장폐지 위험이 현실화된 자본시장에서는, 공시가 설명하지 못한 회계처리의 근거를 확인하는 절차로 기능한다. 주주의 질문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일이 장부에 어떻게 기록되었고, 그 기록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무엇인가”로 나아간다.

회계장부열람권은 제한 없는 내부자료 탐색권이 아니다

상법 제466조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회사는 그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상장회사에서는 별도의 특례에 따라 지분율과 보유기간 요건이 달리 문제될 수 있으므로, 실제 행사 단계에서는 먼저 주주의 지위와 보유요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 조문의 구조는 간명하지만, 실무상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주주는 아무 이유 없이 회사 내부자료를 들여다볼 수 없다. “이유를 붙인 서면”이 필요하다. 반대로 회사도 주주가 불편한 질문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문을 닫을 수 없다. 청구가 부당하다는 점은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 결국 이 권리는 주주와 회사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되, 회사의 영업비밀과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보호하려는 균형 위에 서 있다.

회계장부열람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네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누가 볼 수 있는가. 왜 보려는가. 무엇을 보려는가. 어느 범위까지 볼 수 있는가. 이 네 질문 중 하나라도 흐려지면 소송은 곧바로 어려워진다.

첫째, 주주는 법이 요구하는 지분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상장회사 특례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보유기간 요건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둘째, 청구 이유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셋째, 대상 문서는 회계의 장부와 서류여야 한다. 넷째, 청구 범위는 주주의 권리행사에 필요한 정도로 특정되어야 한다.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은 회사 내부를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절차가 아니다. 회사의 모든 이메일, 모든 내부보고서, 모든 임직원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하는 절차도 아니다. 주주가 청구할 수 있는 중심 대상은 회계처리와 실질적으로 관련된 장부와 그 기초서류다.

이 점을 놓치면 강한 권리도 약한 청구가 된다. 주주의 의심은 넓게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 앞에 제출되는 문서목록은 좁고 정확해야 한다.

법원이 보는 것은 의심의 크기만이 아니라 문서목록의 구체성과 관련성이다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에서 주주는 대개 회사에 대한 불신을 안고 출발한다.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했거나, 거래가 정지되었거나, 대규모 자금거래가 반복되었거나, 전환사채와 비상장사 투자가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을 수 있다. 언론보도와 공시를 통해 의문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법원은 의심의 크기만으로 장부를 열게 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의 이유가 회사로 하여금 열람·등사 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본다. 주주가 모든 부정행위를 입증한 뒤에야 장부를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회계장부열람권은 바로 그 확인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청구 이유가 사실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에는 이르러야 하고, 그 의심이 특정 회계장부와 회계서류의 열람 필요성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회사의 회계부정을 조사하기 위하여”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라는 말도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거래가 문제인지, 어느 계정이 문제인지, 어떤 기간이 문제인지, 어떤 자료를 보아야 그 의문을 확인할 수 있는지까지 좁혀야 한다.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의 실무적 승부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컨대 비상장사 지분 취득이 문제라면, 청구는 “회사 투자 관련 모든 자료”가 아니라 취득가액 산정자료, 주식양수도계약서, 대금 지급 또는 상계 관련 전표, 해당 투자자산 계정의 원장, 공정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회사가 보유한 기초자료, 손상검토와 관련하여 회사가 보유한 자료로 좁혀져야 한다. 대여금 회수가능성이 문제라면 대여계약서, 이자수취 내역, 담보자료, 채무자 재무자료, 회수가능성 검토와 관련하여 회사가 보유한 자료, 대손충당금 설정 근거가 문제될 수 있다. 전환사채 거래가 문제라면 발행계약, 양수도계약, 납입 및 상계 관련 회계처리, 전환조건, 거래상대방과의 관계, 관련 계정의 분개와 원장이 중심이 된다.

의심은 넓게 출발하되, 문서목록은 좁고 정확하게. 이 말이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의 핵심이다. 주주의 의심이 넓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의심이 법원 앞에서도 여전히 넓은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다. 법원은 의혹의 강도만이 아니라, 그 의혹이 얼마나 정확한 문서목록으로 좁혀졌는지를 본다.

회계장부와 회계서류의 경계선

회계장부와 회계서류의 범위도 중요하다. 회계장부에는 전표, 분개장, 일계표, 총계정원장, 계정별 원장, 보조원장 등이 포함된다. 재무제표 작성의 기초가 되는 거래를 기록한 장부다. 회계서류는 그 장부 기록을 뒷받침하는 기초자료다. 계약서, 주문서, 세금계산서, 영수증, 입금표, 납품서, 인수증, 지출결의서, 대금청구서가 전형적이다.

그러나 모든 문서가 회계서류가 되지는 않는다. 내부보고서, 품의서, 영업현황 보고서, 단순한 사업계획서, 회의자료, 이메일 전부가 곧바로 회계서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 의사록은 별도의 열람제도가 문제될 수 있고,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의 대상에 당연히 포섭되지도 않는다. 감사인의 고유한 워킹페이퍼 역시 회사가 보유한 회계기초자료와 구별해야 한다. 주주가 확인하려는 것은 감사인의 판단과정 자체나 감사인 고유의 감사조서가 아니라, 회사가 보유하고 있고 특정 회계처리의 근거가 된 자료다.

물론 경계가 늘 명확하지는 않다. 공정가치 평가보고서, 손상검토자료, 회수가능성 검토자료처럼 전통적 의미의 전표나 원장은 아니지만 특정 계정의 회계처리와 직접 연결되는 자료가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자료가 회사에 보관되어 있고 특정 자산·부채·수익·비용의 인식과 평가를 뒷받침하는 근거자료라면, 개별 사안에서 열람·등사의 대상이 되는지 검토될 수 있다. 반대로 단순한 내부 검토 메모나 경영전략 자료에 불과하다면 그 범위는 제한될 수 있다.

결국 문서의 이름이 아니라 기능이 중요하다. 계약서라는 이름만으로 언제나 허용되지도 않고, 보고서라는 이름만으로 언제나 배척되지도 않는다. 그 문서가 재무제표의 숫자를 만들거나 설명하는 자료인지, 특정 거래의 회계처리를 뒷받침하는 자료인지, 주주의 청구 이유와 실질적으로 관련되는지가 핵심이다.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에서 좋은 문서목록은 그 범위가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목록이 아니다. 좋은 문서목록은 거래와 계정, 기간과 자료가 서로 맞물린 목록이다. “최근 5년간 모든 자금거래 자료”보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특정 거래상대방에 대한 대여금 계정 원장, 대여계약서, 이자수취 내역, 담보자료, 대손충당금 설정 근거”가 훨씬 강하다. 법원은 회사 전체를 향한 넓은 문제제기보다, 특정 계정과 거래를 정확하게 겨냥한 문서목록을 더 중시한다.

회사도 영업비밀만으로 문을 닫을 수는 없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는 가볍지 않다. 회계장부와 회계서류에는 거래처, 가격조건, 원가구조, 투자전략, 자금흐름, 임직원 보수, 개인정보, 영업상 비밀이 포함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 주주의 청구가 회사 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경쟁회사와 관련된 주주가 자료를 요구한다면 회사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회사가 “영업비밀”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열람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법의 구조상 회사는 청구의 부당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회사는 그 청구가 왜 부당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어떤 문서가 영업비밀인지, 그 정보가 공개되면 어떤 손해가 우려되는지, 주주의 청구 목적이 왜 정당한 주주권 행사가 아니라 회사나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치는 것인지, 청구 범위가 왜 지나치게 넓은지를 설득해야 한다.

실무상 합리적인 해법은 전부 허용과 전부 거부 사이에 있다. 개인정보는 비실명화할 수 있다. 영업비밀은 필요한 부분을 가릴 수 있다. 열람 장소와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외부 유출 금지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대리인이나 공인회계사의 참여를 허용하되 자료의 사용 목적을 제한할 수 있다. 전자파일의 복사 범위와 촬영 범위를 조정할 수도 있다. 회계장부열람권은 회사의 모든 문서를 열게 하는 권리가 아니라, 필요한 자료를 필요한 범위에서 확인하게 하는 권리다.

주주 역시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회사가 자료 제출을 꺼린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부가 부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업비밀과 개인정보는 실제로 보호되어야 한다. 경쟁목적이나 압박목적이 강하게 드러나는 청구는 부당한 청구로 평가될 수 있다. 주주의 정보권은 회사와 주주 공동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지, 분쟁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무제한 탐색권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는 정당한 방어와 과도한 차단을 구별해야 하고, 주주는 정당한 정보권 행사와 모색적 탐색을 구별해야 한다.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의 균형은 이 두 구별 위에서 형성된다.

상장폐지의 문턱에서는 정보권에도 시간이 있다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는 본안소송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는 시간이 권리의 내용을 바꾼다.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하고, 거래가 정지되고, 개선기간이 부여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예정된 회사에서 “나중에 보면 된다”는 말은 설득력이 약하다. 주주총회가 다가오고,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이 추진되고,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정보가 늦게 도착할수록 그 효용은 줄어든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회계장부열람등사 가처분이 중요해진다. 가처분은 본안판결 전에 임시로 권리를 보전하는 절차다. 회계장부열람등사 가처분은 장부를 먼저 보게 한다는 점에서 만족적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법원은 피보전권리와 보전필요성을 신중하게 본다. 다만 회계장부열람권이 다른 주주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수단적 권리라는 점에서, 필요한 경우 가처분으로도 보호될 수 있다.

실제 하급심 결정례에서도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상장폐지 사유 발생, 주권매매거래 정지 등은 보전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된 바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법원이 모든 자료를 열어주지는 않는다. 감사의견 거절이 있었다고 하여 회사 전체의 자료가 자동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계열회사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포괄적 청구, 회계자료와 관련성이 부족한 청구, 이미 임의제출된 자료, 회계장부나 회계서류로 보기 어려운 자료는 제한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도 결론은 같다. 시간의 긴급성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장폐지의 문턱에서는 정보권에도 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시간성은 정확한 문서목록과 결합할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 늦게 보면 의미가 없다는 사정과 지금 보아야 할 자료가 무엇인지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주주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단순히 “회사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감사의견 거절의 원인이 된 계정은 무엇인지, 그 계정과 연결된 거래는 무엇인지, 그 거래의 계약서·원장·전표와 회사가 보유한 평가자료·회수가능성 검토자료가 왜 필요한지, 그 자료를 언제까지 보아야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지를 설명해야 한다. 회계장부열람등사 가처분의 핵심은 속도 그 자체가 아니라, 속도와 특정성의 결합이다.

시장 신뢰는 설명 가능한 회계에서 시작된다

회계장부열람등사 소송은 회사에게 불편한 절차다. 주주에게도 쉬운 절차가 아니다. 회사는 영업비밀과 업무 부담을 걱정하고, 주주는 정보비대칭과 시간의 압박을 걱정한다. 법원은 그 사이에서 주주의 정보권과 회사의 정당한 방어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상장회사가 감수해야 할 기본 전제가 있다. 상장회사의 숫자는 시장에서 거래된다. 재무제표의 숫자는 투자자의 판단 근거가 되고, 감사의견은 그 숫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 장치가 된다.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하고 상장폐지 절차가 현실화되었을 때, 주주가 그 숫자의 근거를 묻는 것은 예외적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상장회사 제도 안에서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그렇다고 주주가 모든 내부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회계장부열람등사청구권은 회사 내부자료를 전반적으로 탐색하는 권리가 아니다. 공시가 남긴 의문을 회계자료로 검증하기 위한 권리다. 그래서 주주는 의심을 문서목록으로 번역해야 한다. 회사는 비밀을 이유로 침묵하기보다, 정당한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법원은 그 사이에서 필요한 범위를 정한다.

공시가 결론의 언어라면, 회계장부는 근거의 언어다. 시장 신뢰는 그 두 언어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확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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