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동반 하락…반도체 호황에 기댄 낙관론 경계를
입력2026-05-30 00:01
지면 23면
4월 국내 생산·소비·투자가 동반 하락했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4월 전산업생산지수(2020년 100)는 117.8로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슈퍼사이클 흐름을 탄 반도체 생산이 3.1% 늘며 호황을 이어갔지만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정제 생산이 19.4%나 급감하고 자동차 부문도 10% 줄어드는 등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산업 전반의 생산이 크게 위축됐다. 생산뿐 아니라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보다 3.6%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에서 투자가 줄어 전월 대비 3.6% 줄었다.
실물 지표의 ‘트리플 감소’에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동안의 높은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일시적인 조정을 받은 것”이라고 부정적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5월에는 소비와 기업 심리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고 수출 호조세도 이어지고 있어 개선 흐름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낙관했다. 또 기업들은 고환율과 고유가 부담에 직면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를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으로 위기의 전조가 아닌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위축된 ‘트리플 감소’는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의 일로 가볍게 볼 수 없다. 더욱이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라는 초강력 엔진에 기댄 성장 착시 현상이 뚜렷하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요 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 지표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한국의 15개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와 철강·가전 등 7개 부문의 수출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국면을 이끄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메모리 호황과 증시 급등에 취해 ‘K자형 양극화’를 방치한다면 증시는 물론 우리 경제 전체가 언제 특정 산업 변수에 휘둘려 크게 흔들리게 될지 알 수 없다. 성장률 회복 흐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산 시장 과열과 물가 상승 등 위기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복합적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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