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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 K소비재 성공의 조건 ‘동남아’

■구본경 코트라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민간 소비 5조弗 전망 거대한 시장

체험 기회 늘리고 현지 유통망 협력

아세안 11개국별 맞춤전략 세워야

입력2026-06-01 05:00

수정2026-06-01 05:00

지면 29면

동남아시아에서 뜨거운 한류 열기는 무대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발간한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문화 콘텐츠 호감도는 동남아권 국가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필리핀에서 87%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82.7%)와 태국(79.4%)에서 80% 안팎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예능·웹툰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어 가사와 드라마 대사가 숏폼의 챌린지와 밈(Meme)이 되고, 화면 속 화장품과 라면은 곧 장바구니로 이어진다. 한류는 이제 ‘보고 듣는 문화’에서 ‘생활양식’으로 스며들고 있다. 하노이와 방콕의 대형마트에는 김치·떡볶이가 진열되고 동남아 1위 e커머스 플랫폼 쇼피에서는 K뷰티에 대한 리뷰가 쏟아지는 등 현지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7억 인구에 평균연령 31세의 젊은 시장이다.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도 저가형 중심에서 품질·디자인·브랜드·안정성을 따지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장세 또한 폭발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아이큐에 따르면 아세안 주요 6개국의 민간소비는 2035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해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대(對)동남아 5대 소비재(농식품·화장품·생활용품·패션·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69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동남아는 우리나라의 4대 소비재 수출시장으로, 수출 총액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동남아의 중산층이 늘고 고소득층이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류 선호를 한국 제품 선호로 연결할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 K소비재 동남아 수출 확대의 적기인 이유다.

이 기회를 살리려면 세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K소비재를 직접 체험할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KOTRA(코트라)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문화·산업 종합 수출 마케팅 행사인 한류 박람회를 7월 초에 열고, 태국에서는 ‘서울푸드인 방콕’ 전시회를 3년째 연속 개최한다. 이런 플래그십 사업과 더불어 ‘한·태 바이오테크 로드쇼’ 등 다양한 소비재 비즈니스 행사를 추진해 K소비재 붐을 이어갈 계획이다.

둘째, 유통 채널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고객 체험이 일상적 소비로 이어지려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계 유통망의 동남아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현지·글로벌 유통망과 우리 소비재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 KOTRA는 ‘1무역관 1유통망’ 사업을 통해 필리핀 대형 유통망에 한국 소비재를 입점시키는 등 현장 성과를 내고 있다.

셋째,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세안 11개국은 흔히 하나의 권역으로 묶지만 소득수준·종교·문화가 다르고 유통·산업 구조, 정부 정책 역시 차이 난다. 일례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만 달러가 넘는 싱가포르부터 1000달러대에 머물러 있는 미얀마까지 국가·계층별로 소득 격차가 커 시장에 맞춰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또 이슬람교도가 많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의 식품 할랄 인증처럼 시장별 진입 조건도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동남아는 이제 생산기지 역할을 넘어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끄는 거대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류가 뜨거운 지금, 우리 소비재가 현지인의 일상 속에 K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도록 기업과 관계기관이 함께 뛰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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