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이 정치가 될 때
김흥록 생활산업부 차장
입력2026-05-31 17:36
지면 29면
말을 하기 전 스스로 점검할 때 쓰라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소크라테스가 말을 걸러낼 때 썼다고 해서 ‘세 개의 체’라고도 알려져 있고, 초기 불교 경전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 기준은 첫째 사실인가, 둘째 필요한가, 셋째 충분히 부드러운가다. 이 중 하나라도 부합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한다.
아이에게 “하루 종일 태블릿 보고 있냐”고 혼내는 말을 점검해보자. 우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표현도 부드럽지 않다. 비꼬고 힐난하는 방식은 불쾌함만 더할 수 있다. 메시지를 전할 필요는 있으므로 “그만 보는 게 좋겠다”나 “다른 것 할까”가 더 낫다.
사회적 발언에도 적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마케팅 사태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며 책임을 요구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의도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했는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역사적 교훈을 훼손하고 피해자들에게 모욕감을 안겼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비판은 첫 번째 체인 ‘사실’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표현은 ‘부드럽지’ 않다. 사적 대화라면 연을 끊자는 수준이다. 세 번째 체에서 걸러야 하는 부분이다. 두 번째 체인 ‘필요하고 유용한가’에서는 걸리는 게 더 많다. 이후 초래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통령에게는 통치를 통해 공동체의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이 있다. 따라서 기업 시민의 도덕적 기준을 짚어주는 선까지는 유용했다. 문제는 최고 권력자의 격앙된 메시지가 가이드라인이 됐고, 정부 부처 등 국가기관이 충성 경쟁을 벌이듯 ‘응징의 주체’로 나섰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불매운동 촉구에 이어 국방부·법무부·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스타벅스 보이콧에 동참했다. 관제 캠페인에 가깝다. 한 공무원은 “위에서 이러니 스타벅스를 가는 것조차 꺼려진다”고 했다.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하며 본질을 더욱 왜곡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용 자제령을 내렸고, 국민의힘은 이용 인증샷으로 맞불을 놓았다. 소비 영역이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진영 정치의 시험대로 전락했다. 소비자들마저 커피 한잔에 정치적 선택을 고려하게 됐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산업계는 이번 사태의 교훈으로 역사적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보다는 정권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발언은 과연 우리 사회와 시장에 필요하고 유용한 말이었을까.
정부의 역할은 도덕적 결함을 보인 기업 시민에게 사회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까지다. 행정력을 동원해 해당 기업을 고사시키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일개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의 메시지는 더더욱 사실에 부합하고 사회에 유용할 때, 부드러운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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